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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은어' 알면 시장 보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 주상복합 ‘원장정리’ 매물 살 수 있나.”(투자자)

“계약금 10%는 수표로 걸고, ‘피’는 ‘원본’ 빼왔을 때 현금으로 달라.”(부동산중개업소 사장)

“‘피’는 얼마나 붙었나.”(투자자)

“6000 인데, ‘안’에서 4000 먹고 ‘밖’에서는 2000 가진다.”(부동산중개업소 사장)

좀처럼 해독이 어려운 암호에 가까운 이 말은 요즘 동탄신도시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가면 간혹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부동산 초보자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부동산업자들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쓰이는 ‘은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원장정리’는 분양계약자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즉 분양계약을 끝낸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해도 최초 분양자인 것처럼 분양계약서를 꾸며주는 방식이다.

‘피’는 웃돈을 말하고, ‘원본’은 정식 분양계약서를 의미한다. ‘안’은 업체, ‘밖’은 중개업소를 뜻한다.

부동산 은어, 더욱 은밀해져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시장의 은어가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규제가 심할수록 노출을 꺼리는 부동산시장의 속성 때문이다.

이미 떴다방이나 딱지 등은 일상화된지 오래다. 이를 넘어 원래 뜻을 이해하기 힘든 은어도 속출한다.

대표적인 은어로 ‘마귀’가 있다. ‘마귀’란 3~4억원 정도의 여윳돈을 굴리는 ‘아줌마 부대’를 말한다. 전문적인 부동산지식과 투자 노하우를 갖췄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복부인과 다르다.

‘마귀’들은 부동산 법률이나 세무 지식 쯤은 훤하게 꿰뚫고 있다. 아직 규제가 덜한 상가·오피스텔시장, 지방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와 재개발지역 등이 이들의 주 무대다.

'마귀'들은 규제의 헛점을 노리고 단타매매도 서슴치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은 제법 알려졌지만 ‘돌려치기’ 수법도 있다.. 얼마전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지구 더프라우 오피스텔 투기 바람이 불면서 새롭게 주목받은 은어다.

‘돌려치기’란 특정 부동산에 대해 사고팔기를 반복해 가격을 올리는 수법을 말한다. '폭탄 돌리기'로도 불린다.투기꾼들은 ‘돌려치기’를 통해 부동산값을 높인 후 물정 모르는 초보 투자자에게 '막차'를 태워 시집보낸다.

복잡한 규제 피해 '지능화'하기도

정부의 단속이 단속이 심해지면서 기획부동산업계의 은어도 보다 지능화한다. 대표적인 은어가 ‘폭탄분할’이다.

‘폭탄분할’이란 분할이 어려운 땅을 소송을 통해 합법적으로 ‘칼질(쪼개기)’하는 수법을 말한다.

이 수법은 지난해 3월 정부가 비도시지역에도 토지분할 사전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늘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먼저 10여 명의 투자자를 모아 공유지분 등기를 해준 뒤 분할청구소송을 통해 단번에 10~20개 필지로 나눠 준다.

이들은 대개 현지 ‘똠방(무허가 중개업자)’를 동원해 먹잇감이 될만한 땅을 물색한다. ‘똠방’들은 때로 스스로 ‘데두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데두리’란 싸게 나온 좋은 땅을 선점한 다음 웃돈을 받고 넘기는 수법을 말한다.

‘똠방’들은 ‘찍기(계약금만 걸어두는 것)’를 통해 원주민들로부터 땅을 확보한다. 때로 ‘고추가루 뿌리기’를 통해 중개업자로부터 물건을 빼앗아 오기도 한다.

상가 분양 시장의 은어도 다양하다. ‘상황 걸기’는 분양이 잘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투자자들로부터 계약을 이끌어내는 수법이다. 분양직원 끼리 서로 전화를 걸어 투자 문의가 많은 것처럼 위장하기도 한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 '은어' 생겨나기도

전문가들은 규제가 심할 수록,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수록 부동산시장에서 ‘은어’는 더욱 은밀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규제가 심하면 그만큼 단속도 심해지는데, 그럴수록 그 집단만의 은어가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또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수록 생존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절박한 심리 탓인지 새로운 편법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새 편법에 걸맞는 은어도 속출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각종 규제와 시장 침체 때문에 사라진 추억의 은어도 있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것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인스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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