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경제전쟁/기업마다 국제화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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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45국에 사원파견 지역전문가 양성/삼성/해외법인 현지인우대 토착화시도/선경/해외근무기간 7년으로 대폭 연장/한화/분쟁대비 국제법 사무실 운영/대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국제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개념이 없어지고 세계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생산해 전세계를 상대로 마키팅하는 능력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변신을 서두르는 것이다.
기업들은 국제화를 위해서는 「질의 추구」를 바탕으로 한 기술과 제품의 일류화는 물론 해외 현지인과 호흡을 함께하는 현지화(토착화)·통합화 등이 특히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해외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현지와의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법률적 분쟁이 잇따를 것에 대비,이달초 해외법률 업무를 전담할 국제법무실을 회장 직속기구로 설치했다. 국제변호사 5명과 전문사무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앞으로 현지에서의 계약·소송,노무 및 특허관련 업무 등을 맡게되는데 다른 그룹들의 법무팀이나 상임 법률고문 등의 제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선경그룹은 최근 미국내 미래의 오피니언 리더층에 자사의 「국제화지향」 이미지를 심기 위해 1백여개 명문대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공모를 실시,입상자들에게 상금을 주고 한국관광을 시켰다.
선경은 국내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미국 뉴욕)에 회장 직속의 경영기획실을 설치해 해외사업 구상 및 해외법인 관리를 맡겼다. 또 해외법인에 대해서는 현지인 우선채용 원칙을 세워 경영기획실의 경우 19명중 17명이,최근 인수한 미국내 투자자문회사 「에코반」의 경우 전직원이 각각 현지인으로 채워졌다.
삼성그룹은 매년 입사 3∼5년된 사원 4백명씩을 선발해 세계 45개국에 파견,1년간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해당지역 언어와 문화를 익히고 현지 인사들과 교분을 갖도록 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실시중이다. 이와함께 95년까지 모두 1억달러를 들여 2천명의 지역전문가를 양성할 예정인데 앞으로 국제화의 길목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은 특히 해마다 해외법인의 현지인 채용비율을 늘려 90년말 81%에서 올 7월말에는 94%까지 높아졌다.
한화그룹은 해외근무 직원들이 현지 실정에 익숙해질만하며 교대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최근 해외 근무자의 파견기간을 종전 3년내외에서 7년내외(일본은 5년내외)로 연장시켰다.
한화측은 이로인한 직원들의 해외근무 기피현상을 막기위해 해외 근무자에게는 연 2회정도 국내 출장겸 휴가를 보장하고 귀임할 때는 계열사 선택권까지 주고있다.
현대자동차는 미 LA 폭동이후 흑인과 소수민족계를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소를 운영,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있다. 「LA 현대 아카데미」라고 이름 붙여진 이 직업훈련소는 한 기에 15명을 모집해 모두 18주에 걸쳐 자동차 정비교육을 시킨후 수료생들을 현지의 자동차 판매 및 수리대리점에 취업 알선해 주고 있다.
대기업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단체인 전경련은 해외진출 기업들을 위한 해외로비 및 관련정보 수집·활용 등을 위해 내년초까지 미국과 일본에 해외 사무소를 설치키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다.
전경련은 이밖에 미국사무소 개설을 서둘러 미 정부와 의회·재계·학계 등에 다양한 공식·비공식 통로를 확보하고 우리기업들의 세금부담 완화와 각종 통상마찰의 해소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았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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