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저작|경제건설 내용이 "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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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김일성 저작은 경제건설 내용이 전체 37%로 가장 많고 다음은 정치(25%), 사회·문화(18%), 군사(11%), 통일(9%)순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민족통일연구원 김병노 연구원이 조선노동당출판사 발간『김일성 저작 집』38권을 시기·주제별로 분석, 최근 펴낸 「김일성 저작 해제」라는 논문에서 밝혀졌다.
이를 시기별로 나눠 보면 먼저 항일투쟁·북한의 정권수립 및 한국전쟁을 다룬 1∼7권(30년 6월∼53년 7월)은 정치관련 내용이 29%로 가장 많았고 사회문화(26%), 군사(23%), 경제(17%), 통일(5%)순으로 집계됐다.
군사관련 내용이 전체 저작 집 평균 11%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한국전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7권에는 노동당건설 및 인민무력 부·사노청·직업총동맹 등에 관한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휴전부터 60년까지의 전후복구발전 시기에 해당하는 8∼14권(53년 8월∼60년)은 경제관련 내용이 절반이 넘는 54%이었고 정치(16%), 사회문화(15%), 군사(9%), 통일(6%)순으로 구성됐다.
경제부문 가운데는 금속공업과 지방공업의 발전에 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시기 저작 집에는 발전전략과 관련한 각 정파간의 노선투쟁·농업협동화·5개년 경제계획 등이 상세치 수록돼 있다.
60년대를 총괄하는 15∼25권(61∼70년)도 역시 경제건설(42%)이 가장 많고 사회·문화(28%), 정치(20%), 통일(6%), 군사(4%)순 이었다.
교육·과학·문학예술 등 사회문화의 내용이 급증한 것은 김일성이 60년대에 권력기반을 굳힌 데다 주민에 대한 이른바 교양과 학습을 본격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군사내용의 비율은 푸에블로 호 사건 등으로 60년 후반에 군사적 위기가 매우 고조됐음에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저작 집에는 이른바 청산리 방식, 대안의 사업체계(공장의 최고 기관으로 공장 당 위원회의 지도체제 확립)등 새로운 경제건설체제 도입을 다룬 문 건이 집중돼 있다.
70년대를 다룬 26∼35권(71∼80년)은 경제건설(43%), 사회·문화(20%), 통일(17%), 정치(15%), 군사(5%)순 이었다.
통일관련 내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72년 남-북 대화를 전후로 통일에 관한 김일성 연설 및 담화문이 다량 발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또 비동맹노선, 73년 출범한 3대혁명소조, 주체사상에 관한 내용이 부쩍 많아진 게 큰 특징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70년 후반의 저작 집에는 인민보건에 관한 논문을 10편이나 싣고 있는데 이는 경제성장의 둔화로 인민생활이 향상되지 못한 당시의 상황을 반영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81∼92년까지의 36∼38권은 김정일 후계체제 확립과 동구·소련의 붕괴 속에서 이른바「우리 식 사회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노 연구원은『70년대 이후 김일성은 특히 통일·외교문제에 집중했는데 이는 국내정치와 군사·예술부문을 맡은 김정일과의 역할분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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