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문제점 보완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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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적 첨단과학의 전시장이라는 대전엑스포 관람회장이 불과 개막 이틀만에 한차례의 호우로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박람회장이 물에 잠기고 모노레일이 정지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은 준비단계에서의 졸속과 부실시공이 가져온 예견된 사고라는 점에서 「인재」의 측면이 크다고 할수 있다.
이날 이 지역에서 비가 시간당 30㎜로 모두 1백10㎜ 정도 내린 것은 집중호우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후는 7∼8월이면 해마다 그정도 이상의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상례로 돼 있다. 더구나 개막전인 지난달 12일께 70여㎜의 비가 이 지역에 쏟아졌을 때 이미 박람회장의 일부가 물에 잠기는 취약성을 명백히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러한 약점을 보고서도 배수시설의 보완공사나 시정 없이 박람회를 강행한 주최측의 무모함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배수시설의 미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전시장에서 빗물이 새 전시물과 시설물을 망가뜨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전시장의 설계공법과 시공기술의 수준을 의심케한다. 엑스포의 준비가 너무나 겉치레와 눈가림으로 흐르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폭우와 함께 박람회장 주변 고압선에 떨어진 벼락으로 일어난 정전사고다. 이 사고로 전시장 곳곳이 암흑 세계가 되는가 하면 달리던 모노레일이 멈춰서는 바람에 70여명의 승객들이 2시간이나 공중에 매달린채 갇히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물론 인명피해 없이 모두 구조되긴 했으나 그동안 겪은 공포와 불안의 정신적 피해는 막대한 것이다. 특히 금년여름에 뢰전현상이 잦았고,벼락피해가 많았던 점을 고려했다면 사전에 낙뢰방지장치에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았겠는가. 정전사태가 났을 때의 비상장치도 마련해 박람회 진행에 큰 차질을 거져오지 않도록 대비했어야 했다.
주최측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취약점과 미비점을 하루 속히 보완해 앞으로의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
이 기회에 또 한가지 지적해야할 점은 관람객들의 시민의식에 대한 아쉬움이다. 8일 있었던 물난리와 정전사고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순간적으로는 혼란이 있었으나 곧 질서를 회복해 아무런 불상사가 없었던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휘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박람회장이 개막 이틀째에 벌써 쓰레기몸살을 앓고있다는 소식은 유감스럽다. 질서정연한 관람태도와는 크게 배치되는 현상이다.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곳에서의 쓰레기처리 문제는 어차피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가능하면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말고,일단 발생된 쓰레기는 스스로 되가져가는 아량과 협조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박람회가 되기 위해서는 주최측의 빈틈없는 노력은 물론 국민들의 질서와 협조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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