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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엑스포/「부실」도 최첨단/무리한 공기가 졸속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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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초·간접시설 허약 그대로 노출/지난달도 급수… 대책없이 눈가림 보수만/“웬만한 비엔 끄덕없다” 조직위장담 무색
첨단과학기술을 세계에 자랑하는 대전엑스포가 물난리와 각종 사고로 몸살을 앓고있다.
개장 이틀째인 8일 새벽부터 내린 비가 오후 4시이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돌변,시간당 30㎜이상씩 퍼붓자 곳곳에서 침수소동이 벌이지고 낙뢰로 모노레일이 허공에서 멈추는 등 첨단은 커녕 기본적인 시설도 갖추지 못한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침수사태는 지난달에도 전시장에 빗물이 새거나 빗물이 빠지지 않는 등 이미 예고됐던 것이 재발해 그동안 제대로 보완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막 공사를 강행했던 무리수를 그대로 노출했다. 이번 사태는 결국 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하드웨어인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가 빈약한 우리나라 산업의 문제점과 인식부족을 집약해 보여준 셈이 됐다.
○백㎜비에 소동
엑스포 박람회장은 91년 4월 기공식을 한뒤 불과 2년4개월이라는 짧은기간에 공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는 바람에 부실공사를 자초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조직위 직원들이 대부분 3월께 각 부처에서 파견돼 업무협조가 잘 되지않아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조직위는 당초 1백50㎜ 이상의 비가 오지 않는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8일 저녁 강우량이 1백㎜를 넘어서자마자 일부 전시관이 침수되는 등 물난리가 벌어졌다.
행사관계자는 조직위 관리동에서 식당쪽으로 통하는 후문을 통해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2층으로 쌓고도 스며든 물을 퍼내야했고 남문 일대 갑천주변도로 등은 배수가 제대로 안돼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곳곳에서 침수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행사장 북측인 둔산쪽에서 폭우와 함께 흙탕물이 흘러내려 꿈돌이 동산·놀이마당·대공연장 주변은 흙탕물 바다를 이루었다.
이번 소동은 지난달 11일 불과 33㎜의 비에도 침수 사태가 나 이미 예고된 결과다.
당시 남문주차장과 국제관 주변에는 배수가 제대로 안돼 곳곳에서 물웅덩이가 생기고 국제관앞 하수구 맨홀에서는 빗물이 솟구쳐 나오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다시 침수소동이 재발,조직위의 비상대책은 눈가림으로 진행됐음을 나타냈다. 조직위는 박람회장 건설 당시 갑천하상을 3m가량 준설하고 논이었던 부지를 3.7m높여 범람위험은 없으며 박람회장에서 갑천쪽으로 3×3m 크기의 배수구 3개를 설치해 웬만한 비에는 끄덕 없다고 장담했다.
○배수시설도 엉망
그러나 조직위의 감독부실로 부지를 경사지게 만들지않아 빗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고 빗물을 차단하는 빗물받이를 듬성듬성 간격을 넓혀 침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남문주차장의 경우도 당초 1백98억원의 예산으로 시설하도록 돼있었으나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71억원을 투자해 임시주차장으로 건설하는 등 국제적인 행사에 대응하는 당국의 자세에 의구심마저 일게했다.
비상사태에 대한 적절한 대책 미비는 낙뢰로 인해 첨단장비의 전시·운행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이날 충남 청양과 신옥천 사이 고압철탑을 가로지르는 고압선 케이블에 벼락이 떨어져 엑스포장 곳곳에 순간적인 정전이 벌어지고 모노레일 열차가 승객 72명에 태운채 7m높이의 공중에서 멈춰선 사건은 「첨단」의 표명에 먹칠한 셈이 됐다.
한전측은 9일 낙뢰로 인해 박람회장과 전류가 연결된 서대전 변전소 선로에 이상이 생겨 모노레일 메인 컨트롤 시스팀의 퓨즈가 끊어져 이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나 한전측의 설명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라는 안이한 태도였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쌍용 지구관,대우 인간과 과학관,한국관 등 영화상영전시관에도 영상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박람회 운영자체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첨단 기술과 산업을 과시하고 자동차시스팀을 자랑하는 엑스포가 낙뢰 한번으로 일시적인 마비현상이 벌어진다면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하더라도 그만한 낙뢰정도는 사전대비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안전이 전제되지 않은 첨단기술과 산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낙뢰 한번에 마비
엑스포가 개막 이틀만에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 기초시설·간접시설에 허약한 우리 산업구조의 취약점을 반영하는 면모를 보였고 더욱이 졸속 공사가 곳곳에서 드러나 우리가 과연 이런 행사를 치를 능력이 있는지 의심마저 든다.
엑스포가 진정한 인류의 제전으로 우리 산업을 과시하는 전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완대책과 기초시설에 대한 재점검이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대전=엑스포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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