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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다른 5인의 미술인|국내 첫 공동작업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내 처음으로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가들의 공동작업이 선보이게 돼 화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나는 미래상자와 서툰 아이덴티티티」를 제목으로 오는 18일부터 9월10일까지 장흥 토탈야외 미술관에서 설치작업을 선보일 이 환(40·설치), 윤동천(36·회화 및 설치), 곽여은(28·도예), 송계영(28·섬유예술), 문종숙(28·섬유예술)씨 등 5인이 화제의 주인공들.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성과 연령의 갭을 뛰어넘어 함께 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공동작업을 구상하게 된 것은 지난 6월말. 미국 클렌브룩 미대 선후배 사이인 윤·곽·송·문씨 등 4명은 우연히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다가 각자 주관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한 주제를 가지고 함께 작업해 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여기에 작품활동을 하면서 윤씨와 친해진 이씨도 이들의 생각을 전해 듣고 흔쾌히 동참의사를 밝힘으로써 공동작업을 위한「5인 방」이 탄생됐다.
공동작업의 주·부제를 정하고 구체적인 개념과 아이템을 설정하느라 7월 한달 간을 연구와 토의로 지새운 이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재료구입에 나서는 등 본격작업에 돌입했다.
『오늘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풀어 미래사회를 예측해 보고자 한 것이 우리들의 의도입니다. 전시장에서 구체적인 물체를 통해 보여지는 모순된 상황은 지금 현재의 시각에서의 모순일 뿐 미래에서는 반대로 그것이 모순이 아닐 수도 있고, 또 모순이 더욱 극대화될 수도 있다는 우리들의 해석을 담아 낸 것입니다.』곽씨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3백50여 평의 전시공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설정해 1층 전시장은 로비로, 2층 전시장은 영화관·카페·개를 위한 방 등 세 부분으로 하고 2층 전시장의 비상구를 거쳐 외부의 창고인 미래상자 방으로 마감하게끔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속이 파인 테이블이라든가, 압정이 박힌 의자, 벽에서 자라나는 나무, 좌 식 양변기로 된 의자, 호텔로비에 놓인 구공탄과 연탄집게 등 기상천외한 발상들로 현재와의 모순된 상황을 시각화시키고 있다. 이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미술관의 버려진 공간이었던 창고를 찾아내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본격작업에 들어간 이후 매일 오전8시부터 12시간씩을 꼬박 현장에 매달려 지내고 있는데 이들은 영화관에서 상영할 10분 내외의 비디오 물 제작 등 아직도 할 일이 산더미 같아 밤샘작업까지 각오하고 있다.
윤씨는『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다 보니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접근방식이 달라 일치시켜 나가는데 힘이 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하던 다른 시각이 있음을 알게 돼 서로 많은 공부가 됐다』며 공동작업의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가들 중 가장 연장자인 이씨는『서로 눈치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이 차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배타성이 강하고 자기세계에 대한 주장이 강한 작가들이 자기를 뛰어 넘어 새로운 것을 이뤄 낸다는 것만으로도 공동작업은 충분치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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