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NLL 훼손 절대 용납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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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과의 북방한계선(NLL) 재논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NLL은 기본적으로 영토 개념이 아니라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NLL 재논의가 정상회담의 의제에 포함될 것임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안보에 정말 우려되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1953년 8월 NLL이 설정되면서 유엔군은 당시 점령하고 있던 38도선 이북의 주요 도서에서 철수했다. 특히 38도선 이남 도서 중에서도 백령도 등 서해 5개 도서만 제외하곤 북한에 넘겼다. 북한으로선 엄청난 배려를 받은 것이다. 그 뒤 북한도 20여 년간 NLL을 잘 지켜왔다.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선 NLL을 남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했다. 그러다 99년 연평해전 이후 휴전체제 불인정 차원에서 ‘NLL 분쟁화’라는 어거지를 써 온 것이다. 2002년 서해교전 도발이 단적인 예다. NLL에 대해 북한이 시비를 걸 역사적·법적 근거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NLL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에 ‘NLL을 양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다면 사리가 명백한 사안을 굳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장관의 발언으로 NLL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NLL은 지난 50여년간 우리 국민이 피를 흘려 지켜온 ‘자유의 선’이다. 서해교전 당시에는 해군 장병 6명의 꽃다운 젊음이 희생됐다.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다. 이 같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현실을 무시하고 ‘남북 관계 진전’이니 하는 모호한 논리나 말장난으로 NLL을 훼손하려 든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갖은 고생을 해가며 NLL을 사수하고 있는 해군 장병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유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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