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보선/첫 연설회/“내가 적임자”치열한 삼파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 개발공약­야 세몰이 대결/춘고­비춘고 학맥도 변수로
보궐선거전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4일에는 대구동을의 두번째 유세(불로국교)와 춘천의 첫 유세(부안국교)가 동시에 열렸다. 여야 후보들은 이들 합동연설회에서의 청중반응을 나름대로 평가,중반전략을 새로 짜는 등 표밭일구기에 정신이 없다.
특히 이날 첫 연설회가 열린 춘천에서는 선관위와의 합의사항(중앙당 지원자제)을 시쳇말로 「안면몰수하고」 파기한 민주당이 이기택대표를 비롯,김동길국민·이종찬 새한국당 대표와 소속의원들을 대거 참석시켜 기세를 올렸다. 이에비해 민자당측은 후보외에 의원·당직자·지구당 위원장 등을 일절 동원하지 않아 대조를 이루었다.
○지역발전 약속
○…춘천시내 후평동의 부안국교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민자당의 유종수후보는 교통사고로 숨진 손승덕 전 의원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연설을 시작하면서 『나는 선거운동기간중 인신공격과 비방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맨 먼저 내세웠다.
그는 『지난 대선때 위대한 춘천시민이 김영삼대통령을 선택했듯 이번에는 김 대통령이 선택한 나를 뽑아달라』고 호소하면서 『당선되면 「새 춘천건설 범시민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지역발전에 진력하겠다』고 다짐. 유 후보는 특히 강원대의 설립을 으뜸가는 공약으로 내놓고 『의대설립이 금년내에 성사되지 않을 경우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을 그만둘 각오』라고 장담했다.
민주당의 유남선후보는 「정직한 인물,힘찬 개혁」 「무대접 푸대접 바꿔야만 발전된다」 등의 구호를 걸고 가톨릭농민회 등 자신의 사회운동 경력을 유권자들에게 집중홍보했다.
유 후보를 돕기위해 3일 춘천에 온 이기택대표는 조세형·이부영·문희상·박은태·이규택·양문희씨 등 수행의원,정성헌 우리말살리기 운동본부장 등과 함께 지역언론사·춘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명주­양양에서 거물을 침몰시킨 강원도민의 뜻을 도청소재지인 춘천에서 재현해야 한다』고 강조. 새한국당의 장경우의원과 국민당의 조일현의원도 이날 민주당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4일 연설회를 전후해 번개시장·후평동·상가·기사식당 등을 순회하는 등 전력 투구했다.
무소속 유지한후보는 자신이 사법고시에 하벽해 춘천에서 4번째 개업중인 변호사로 무료법률상담 등 지역사회에 나름대로 기여해 온 엘리트임을 부각시켰다.
유 후보는 그린벨트완화·시경계확대·미군기지이전·고교평준화환원·강원대 의대신설·경춘선전철화 등 지역 숙원사업들을 공약으로 제시.
박찬종 신정당대표와 함께 지역을 누비고 다니면서 「황소처럼 강하게,황소처럼 뚝심있게」를 내세운 황환도후보와 「새 시대 새 춘천 새 인물」을 구호로 한 강청용후보(무)도 각각 몰표를 달라고 호소.
○후유증 우려도
○…춘천에서는 여야 후보들의 공약대결과 별개로 「학맥대결」이 선거전의 한 변수로 등장했다. 현지주민들은 『민자당이 후보공천과정에서 「춘천」고 출신의 토막이」를 조건으로 단 것이 특히 비춘천고출신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고 입을 모은다. 후보중 유종수·유남선·황환도씨는 지역명문인 춘천고 출신이며 유지한·강청용후보는 비춘천고이자 국민학교(근화국교) 동창생.
특히 강 후보가 학맥대결을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양상. 그는 『호적의 이름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부는 평생 바꿀 수 없지 않느냐』며 숫자가 더 많은 비춘천고 출신 유권자의 「학연감정」을 노렸다.
유지한후보가 『특정고교 중심의 지역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며 「고교평준화로의 환원」을 공약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 현지에서는 정책대결 아닌 학연대결 양상으로 선거전이 벌어질 경우 그 후유증이 오래 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중앙지원 자제
○…여야는 각각 세종호텔·목화장여관(민자당)·리오관광호텔(민주당)을 거점삼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민자당의 경우 강원도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후보를 뒤에서 도우면서도 중앙당 당직자는 현지출입을 자제하고 합동연설 회장에도 후보만 내보내는 등 민주당의 「과열조장」태도를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인기 탤런트로 민자당은 이덕화씨와 이순재의원,민주당은 정한용씨·강부자의원(국민)을 각각 선거전에 내세워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판세는 유종수·유남선·유지한후보의 3파전으로 보는 것이 현지의 대체적인 시각.
12만1천여명의 유권자중 투표율을 55%로 잡고 일부 무효표를 감안하면 2만3천표 가량을 득표해야 당선권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노재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