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과 도덕성(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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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12년 미국의 2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우드로 윌슨은 선거기간중 뉴저지의 재벌 모겐소로부터 막대한 선가자금을 지원받았다. 선거가 끝난후 모겐소는 당연히 보상을 요구했다. 자신의 아들인 헨리 모겐소를 재무장관에 기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전례에 따라 이 요구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윌슨 대통령 당선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거절했다. 『당신이 아주 부자며 천만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들이 혹 재무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그토록 많은 돈을 정당한 방법으로 벌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모겐소는 재무장관이 되는데 실패했으나 얼마후 발표된 새 내각에는 선거당시 윌슨을 적극 도왔던 참모들이 다수 입각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자질의 문제를 내세워 모겐소의 입각을 거절했던 윌슨이 자신의 선거참모들을 기용하는데 있어서는 도덕성을 외면했다는 것이었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리에게 있어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들 흔히 말한다. 어느 한 면이 감실되더라도 동전으로서의 가치는 아직 살아있지만 완전한 가치를 지니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두가지를 겸비하면 아주 이상적이지만 대개의 경우 어느 한쪽에서 하자를 드러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자질과 도덕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합쳐져서 한 개인의 단일성 내지 전체를 형성하지만 결코 동일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이나 고위관리들에게 있어 자질과 도덕성은 어느쪽을 더 중시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여러 분야 학자들의 견해는 『설혹 도덕성에 다소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뛰어난 자질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대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많은 정치가들 가운데는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문제를 드러냈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사회과학 전공교수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현직장관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전화조사 결과가 발표돼 흥미를 끌고 있다. 이같은 조사방법으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여론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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