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우울한 성격|위장병 잘 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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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위장에 탈이 난 사람은 보통사람에 비해 마음의 병도 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 의대 신호철 교수(가정의학과)팀이 위내시경·대장조영술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위장병환자 2백39명과 단순히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정상인 1백44명을 대상으로 불안성향과 우울성향을 비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위장에 탈이난 사람이 정상인보다 더 불안해하고 우울한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다.
신 교수팀이 사용한 평가수단은 자가측정 불안 수치법·자가측정 우울 수치법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불안과 우울 성향을 알아내는 정신과적 검사방법이다. 이 방법에 따르면 점수가 높을수록 불안과 우울 정도가 더 심함을 의미하며 50점 이상이면 실제로 정신치료가 필요한 불안증·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번 조사에서 위장내시경 검사에선 정상이나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속이 더부룩하고 불쾌한 이른바 신경성 위장장애를 가진 환자의 불안점수는 평균 42점으로 정상인의 34점보다 훨씬 높았고 우울 점수도 정상인이 40점인데 비해 환자그룹은 평균 46점으로 역시 높았다.
신 교수는『위장이 아픈 사람은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며『조금만 속이 아파도 우선 약부터 먹고 보는 우리나라 사람의 성급한 자가치료 풍토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위산이 과다 분비되어 궤양이 생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불안·우울 같은 마음고생은 위궤양뿐 아니라 위장의 운동, 소화 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우리 몸이 위급하다고 느껴지면 인체 내에서 가동되는 교감 신경계는 위장의 원활한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소화효소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즉 위급한 상황에서는 한가하게(?)음식물을 소화하는데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인체내의 자율적인 판단인 셈이다.
따라서 과도한 긴장이 축적되어 평상시에도 늘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결국 위장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값비싼 약물이나 특별한 치료보다는 즐거운 마음과 적절한 식사라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이 위장병엔 더욱 특효약이라는 것이다.
특히 단번에 좋은 효과를 기대하는 한국인 특유의 조급함이 문제라는 것으로 그 동안 위장을 단순히「밥통」정도로 인식하고 소홀히 대접해왔음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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