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집극이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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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광복 48주년을 맞아 제작된 8·15 특집드라마가 광복의 함성과 기쁨, 또는 일본순사의 등장과 고문 등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고정된 전개방식을 탈피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방송국들은 해방이래 계속되어온 일제시대의 억압과 해방의 기쁨이라는 고정된 포맷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과거가 아닌 오늘을 무대로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더듬어 보는 미스터리물, 국내 최초로 정신대를 주제로 한 드라마 등 수준 높은 특집물을 광복절을 전후해 내보낼 예정이다.
이 가운데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SBS-TV가 2부작으로 제작한 드라마『소망』. 정신대 문제가 드라마로 제작돼 정면으로 다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시위를 보면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과거의 앙금을 우리의 입장에서 잔잔히 다룬 내용이다.
정혜선·이낙훈·남성훈·사미자 등 대형 연기자들이 등장, 정신대의 한을 조화롭게 풀어나간다. 다음달 15일 방송예정.
KBS-1TV도 미스터리 기법을 동원, 일제시대의 공포가 아직도 얼마나 강하게 남아있는가를 보여주는 독특한 8·15 특집 드라마를 준비했다.『시인과 광인』이라는 제목의 이드라마는 90년 김유정 문학상수상작인 전상국의『사이코 시대』를 김병국 극본, 류시형 연출로 제작한 것이다.
주인공으로 연기생활 25년만에 최초로 주연을 말은 탤런트 안병경이 나온다.
민족적 양심을 외치던 주인공이 기도원을 탈출한 후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이 공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증폭되는데 주인공을 난폭하게 만든 배경·과거 등이 중간중간 삽입되면서 사람들의 두려움에 대한 정체를 하나하나 벗겨 나간다. 다음달 12, 13일 방송 예정.
MBC-TV의 8·15특집극『낙동강』은 2부작으로 소설가 김정한의 중편『수라도』와 다른 단편들을 묶어서 각색한 작품이다. 『낙동강』은 일제 아래 고난의 세월이 어떤 응어리를 남겼으며 현재 우리에게 어떤 교훈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일반 민중의 삶을 중심으로 재조명한 것. 앞의 두 드라마보다는 전형적인 접근이나 배역이 탄탄하다. 주인공 가야 부인역을 고두심이 맡고 연극배우 임종국·한상길과 성격파 연기자 전인택·박상조 등이 출연.
주인공 가야부인을 중심으로 일제하 우기민족이 겪었던 고난을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다양하게 보여주고 해방 후 잠시 서로 뒤바뀐 사람들의 입장이 빚는 긴장감에 이어 친일 행각자 들이 다시 사회를 장악하면서 절망적인 한탄으로 끝을 맺는 내용이다. 다음달 15일께 방송예정.<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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