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해독 한달소요/항공사고 원인분석 어떻게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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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행경로 기록계 분석하면 사고당시 재현/고도·속도·풍속 등 93가지 컴퓨터로 판독
항공기사고 원인규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사고가 발생하면 교통부는 관제·시설·항공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고조사반을 편성해 현장검증­관련자조사­기록분석의 3단계 활동을 벌이게 된다.
사고조사반은 1단계로 생존자 및 목격자 진술청취와 현장검증 활동을 통해 사고당시 상황·생존자들의 좌석배치·기체의 파손상태 및 사고현장 상황 등을 조합한다.
두번째 단계의 조사는 관제사·운항관리사 등 관련자들을 상대로 관제절차·공항시설·사고항공기의 설비 및 정비상태 등에 대한 점검.
이 단계가 끝나고 나면 경위에 대한 개략적 윤곽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확한 사고원인은 관제탑 녹음테이프와 「블랙박스」 해독이 끝나야 밝혀진다.
관제탑은 항공기의 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기상·활주로 상태 등 공항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한편 조종사들로부터 공항상공의 기상 및 기체상황 등을 듣는 곳이므로 이곳의 녹음내용 분석을 통해 사고당시상황을 사실에 근접하게 재현할수 있다.
항공기사고의 원인규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블랙박스」는 조종실 음성기록계(CVR)와 비행경로기록계(DFDR) 두가지로 구성된다.
음성기록계에는 자동방향 전환테이프를 이용,오래된 녹음내용이 저절로 지워지고 마지막 30분간의 무선교신·승무원대화·기내방송·기계조작음 등이 녹음된다.
녹음된 음성이 누구의 음성인지를 가리기 위해 기장·부기장·항공기관사·에어리어(AERA) 마이크 등 4개채널로 분리해 조종실의 모든 음성자료를 수록해 사고전후 상황을 알려준다.
비행경로기록계는 비행상태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다섯가지 필수 데이타인 비행속도·고도·기수방위·수직가속도·시간과 기체자세·날개움직임·엔진상황·통신장비인 VHF나 UHF의 송수신상황·대기온도·풍속 등 모든 비행수록 장비.
따라서 비행경로 기록계의 분석은 사고당시를 재현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는 셈이다.
분석은 자기테이프에 숫자로 기록된 비행자료를 컴퓨터용 자기테이프에 변환시킨후 컴퓨터처리에 의해 출력가능한 데이타형태로 바꾸어 해독한다.
모두 93가지의 데이타를 기록하는 사고비행기의 비행경로 기록계는 가로 35㎝,세로 15㎝,길이 45㎝ 크기의 오렌지색으로 음성기록계와 함께 비행기 꼬리부분 천장에 설치돼 있었다.
현재 음성기록계는 김해 대한항공 정비공장에서 분석중이고 분석에 필수적인 초대형컴퓨터가 국내에 없는 비행경로 기록계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로 보내져 분석된다.
한달정도 걸릴 비행경로 기록계분석이 끝나면 사고당시 기상상태 등을 검토해 종합적인 원인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상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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