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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줄인 해남주민들/폭발위험 무릅쓰고 필사의 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피투성이 업고 산속을 달려/부녀자도 낫으로 길 만들어/전경·군인등 앞다투어 헌혈… 수술어려움 겪지않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악몽과도 같은 비행기 참사사고가 벌어진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일대에서는 주민·경찰·군인 등의 눈물겨운 필사의 구조작업으로 희생자를 한명이라도 줄일수 있었다.
탑승객 가운데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산속을 1시간30여분 이상을 헤매며 마을까지 걸어온 생존자 김현식씨(21·전기공·서울 관악구 신대방동)의 필사적인 신고와 70여가구 2백여명의 전체 마을 주민들의 희생적인 구조활동은 한사람의 생명을 더 구하는데 도움이 됐다.
논에서 일하다 피를 흘리며 마을로 내려오던 생존자 김씨를 처음 본 주민 김재오씨(56)는 즉시 하던 일을 팽개치고 마을로 뛰어가 이장 김진석씨(58)에게 비행기 추락사실을 소리쳐 알린뒤 주민 박영기(50)·천상원(45)·천용진(45)씨 등과 함께 단숨에 산꼭대기로 달려갔다. 김씨 등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혹시 비행기가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윗옷을 벗어 들것을 만든뒤 구조팀이 도착하기전까지 10여명을 구조했다.
이장 김씨도 즉시 마을방송을 통해 주민 43명과 때마침 이날 보리수매를 위해 마을에 와있던 차량과 경운기 등을 동원,사상자를 실어날랐으며 사고지점까지 길이 나있지 않아 마을 부녀자들까지 낫·톱 등을 들고나와 4㎞정도 나뭇가지 치기 등을 도왔다.
또 인근 청룡리 청년들의 모임인 「형제계원」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가 피투성이가 된 생존자들을 업고 5백m 떨어진 임시 헬기장까지 후송했다.
이들 가운데는 월남전 참전용사까지 끼여있어 구조대를 조직하는데 한결 효과적이었다. 화원중·고교장 박노경씨(58)는 목포경찰서 보안과에 근무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던중 때마침 들려오는 사고소식 무전을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생존자들을 업어날랐다.
특히 생존자 44명을 치료하는데 피가 부족하자 인근 목포경찰서 소속 전·의경 등과 육군 충장·사자부대 장병 등 3백여명이 헌혈,부족한 피를 단시간안에 해결해 수술 등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남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으로 여긴 주민·경찰·군인들의 사랑이 결국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다.<구두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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