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화폐개혁 옐친 위기/구 루블화 통용금지/사재기소동… 일부 폭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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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91년 고르비 실각때와 비슷/옐친,휴가취소 급거귀환/보수파 연정압력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러시아 중앙은행이 전격적으로 발표한 화폐개혁 조치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는 등 정국불안이 고조되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휴가일정을 중단하고 사태장악을 위해 모스크바로 급거 귀환했다.<관계기사 3면>
이러한 가운데 모스크바에서는 보수파들과 개혁파들이 자파가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보수·친위 쿠데타 음모설을 흘리고 있어 러시아의 정국이 갑자기 경색되고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모스크바 소식통들은 현재의 러시아정국이 2년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휴가중 보수파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상황이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휴가단축은 최근 보수파들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가 행정부내의 옐친 측근들과 개혁파의 지도적인 인물들에 대한 부정부패 혐의조사를 검찰에 명령하고 검찰이 이에따라 블라디미르 슈메이코 사유화 담당 제1부총리와 미하일 폴토라닌 전 공보담당 부총리를 소환,조사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는데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26일 0시부터 지난해까지 발행된 루블화의 통용을 전면 금지키로 24일 발표함에 따라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를 비롯,전국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조치는 26일 0시부터 지난 61∼92년 사이에 발행된 1루블에서 1만루블짜리 구 소련 및 러시아지폐 2종류의 통용을 중단,모두 회수하며 3만5천루블까지만 신화폐로 바꾸어준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많은 루블화를 소장한 시민들이 25일 대거 물품 사재기에 나섰으나 상인들이 구 화폐 받기를 거부해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시베리아 옴스크시에서는 주민들이 구 화폐 접수를 거부하는 은행과 상점을 공격하는 등 폭동사태가 빚어졌다.
모스크바에서는 시민들이 시내 7백20군데의 저축은행 창구로 몰려가 화폐교환을 요구했고 창구 직원들은 이를 거절,큰 소동이 빚어졌다.
시내 주요상점도 구 화폐로 물건을 사기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상인들이 구 화폐 받기를 거부해 손님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루블화의 대달러 환율도 폭락,오스타니코 TV방송은 지난 6주동안 달러당 1천루블로 안정세를 보이던 루블화가 이날 일제히 달러당 천9백루블까지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보수파 연합체인 구국전선이 24일 대통령직 폐지와 구국전선 중심의 연립정부를 촉구하고 나섰고 민주러시아는 의회 해산을 의미하는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어 러시아의 정국이 갑작스럽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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