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최고참 김재관 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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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무부 공원시설계 김재관 계장은 내무부 내에서 최고참 사무관이다.
올해 나이 56세. 토목사무관으로 진급한 것이 77년10월이니 사무관 직급만 16년을 달고있다.
때문에 그는 내무부 뿐 아니라 중앙부처 전 행정부서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만년 사무관」인 셈이다.
『같은 사무실에서 아들 뻘의 사무관 동료와 함께 지냅니다. 어떤 때는 상사인 국장·과장과 함께 청사를 들어서면 수위들이 제가 제일 높은 사람인줄 알고 저한테 먼저경례를 붙일 정도예요.』
『왜 그렇게 진급이 늦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개인적으로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죠』라며 조금은 겸연쩍은지 사람 좋은 웃음을 『허, 허』웃는다.
그는 원래 내무부 식구가 아니다. 토목기술직이 전문분야인 그는 자연공원 업무가 91년4월 건설부에서 내무부로 넘어오자 자연스레 내무부 식구로 편입됐다. 『요즘 공무원들, 특히 내무공무원들의 가장 큰 취약점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한자리에 보통 10년은 근무합니다.』
일본의 경우 공무원들이 학자들과 맞붙어 이론적인 토론을 할 정도로 전문성으로 무장돼있으나 우리 공무원들은『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고 할 정도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자연공원 업무에만 13년을 매달려 씨름해온 공원전문가다.
설악산 개발사업·계룡산동학사지구 정비·내장산 봉용동지구 정비 등 전국의 자연공원 곳곳에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일에 미치다보니 자연 진급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만년 사무관이 되고 말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일선행정의 출발점이자 중심인 사무관의 보람은 나름대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내 자신이 계획하고 입안한 정책이 집행될 때 말할 수 없는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사무관으로 광주지방국토 관리청에 근무하며 사장교 건설방식으로 건설한 여수연륙교나 진도연륙교를 지날 때면 남모르는 희열을 맛본다고 말한다.
『공무원은 항상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자기가 맡은 업무에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최선을 다해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소신을 갖고 업무를 처리하는 자세가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 후배공무원들에게 들려주는 그의 교훈이자 당부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지만 가능하면 진급해 30여년 공직생활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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