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금융기관 큰 걱정/공직자 예금·주식계좌추적 잘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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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명계좌 많아 실질효과엔 한계/전면조사 들어가면 혼란 커질듯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공직자와 그 가족 2만7천여명에 대한 전면적인 예금계좌 및 증권계좌 조사는 그 자체가 실로 방대한 작업이며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감독원이나 증권감독원은 이 실사작업을 자체 직원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은행연합회와 증권업협회의 협조를 얻어 각 은행이나 증권사의 검사요원을 차출받아 별도의 조사팀을 구성해 계좌 조사를 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마비등 우려
○…은행감독원의 경우 통상 사정당국의 의뢰를 받아 계좌추적 업무를 맡아온 검사6국은 물론 나머지 검사국 직원중 상당수로 하여금 공직자 대상별로 조사책임을 맡게 하고 실제로 계좌조사작업을 맡는 요원중 대부분을 각 은행의 검사부 직원을 차출해 구성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금계좌 조사는 현재로선 은행은 물론 단자·투신·보험·상호신용금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기관을 상대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공개대상 공직자 6천9백75명과 그 가족 등 총 2만7천여명(공직자 1인당 직계가족 4명 기준)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를 통보받아 금융기관별로 전산입력된 자료에서 예금과 대출금의 변동사항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자가 8월11일까지 등록을 마치면 세달동안 그 공개내용에 대한 실사하도록 돼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를 공식 통보받지는 않았지만 예금거래 등 금융자산에 대한 조사는 은행감독원이 맡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일단 법의 취지에 따라 공개대상자에 대해서는 전면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일단 대상자중 표본을 뽑아 확인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아직 공개대상자가 아닌 일반 재산등록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통보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산 공개대상자에 대한 예금추적 조사는 어떤 공직자가 ▲A은행 저축예금 1천만원 ▲B투신사의 수익증권 3천만원 ▲C은행 발행 양도성예금증서(CD) 1억원이라고 신고했다면 우선 이 신고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해당 은행과 투신사에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재산공개 대상자의 신고내용을 믿고 그 내용만을 확인하는 정도로,이럴 경우 그 조사과정이 신용질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 공직자 윤리법의 취지에 맞게 계좌 조사작업이 모든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재산공개 대상자나 가족명의로 된 모든 예금거래나 주식거래에 대한 전면조사에 들어가면 금융시장,특히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리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이같은 예금·주식계좌에 대한 전면조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가명이나 남의 이름인 차명으로 예금하거나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재산공개 대상자가 이같은 차·가명 예금이나 주식계좌를 갖고 있을 경우 제대로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협조가 필수
○…예금계좌 조사는 은행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고객의 예금에 대한 비밀보호는 법률에서도 정하고 있다. 82년 제정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금융거래의 비밀보호)는 은행원이 업무와 관련해 얻은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지 못하며,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산공개 대상자에 대한 예금·주식계좌 조사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제정된 공직자 윤리법에 따른 특별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은행예금계좌 및 증권계좌에 대한 실사가 대규모로 진행될 경우 예금자보호 등 금융가의 신용질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기준 중요
○…증권감독원은 ▲조사 대상인원이 방대한데다 ▲주식계좌의 특성상 가·차명계좌 등이 많이 섞여있어 누락여부 등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조사를 해야할 경우에는 은행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수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선별적인 조사를 하더라도 조사대상을 가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있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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