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산 칩거속 DJ “정중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외부인사 접촉 재개·대학 출강도/재단·연구소 구체화… 교수진 물색/“대선나오면 밀겠다” 이 대표 발언에 발끈
일산으로 이주한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대학출강 계획을 확정하고 재단설립을 구체화하는 등 귀국후 나름대로의 행보를 가다듬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1일 김수환추기경을 방문했으며 전날엔 미 라로슈대 총장 윌리엄스 커신부 초청모임을 가졌다. 이날 시작으로 외부인사와의 접촉을 부쩍 활발하게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귀국전부터 20여곳의 대학으로부터 출강요청을 받아왔는데 21일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연세대 동서 문제연구소 등 두곳만 출강을 수락했다.
서울대는 대학원생들과,연세대는 교수 및 대학원생들과 통일문제 세미나를 통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갖는다는 게 김 전 대표의 복안이다.
○아시아평화 관심
김 전 대표는 그의 향후활동의 「토대」가 될 평화재단과 연구소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봄 구체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재단의 명칭은 김 전 대표의 아호를 딴 「후광평화재단」(Kim Dae­Jung Peace Foundation)이 될 것이라는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 재단은 김 전 대표가 대선당시부터 공약해온 장애인복지문제 및 아시아의 평화·인권문제와 아시아 민주화추진 등을 3대 활동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재단의 기금은 김 전 대표가 대선직전 공약한대로 영등포땅과 수원 주말농장 등을 처분한 대금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아시아의 평화·인권활동을 위해 적극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그간 개인적 교분을 가져온 아시아의 주요지도자들과 「포럼」을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개중에는 「현역」도 포함될 수 있다는게 측근들의 주장. 통일연구를 주목적으로 할 연구소는 재단산하에 두되 통일이후까지를 고려해 명칭을 「통일」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이 연구소에 참여할 교수진 추대를 위해 최근 한상진(서울대)·박종화(한신대)교수 등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으며 연구소설립이 가시화될 올 후반기에는 30여명의 교수가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19일 동교동 아륭빌딩에 마련된 재단 및 연구소 준비사무실에 들러 진척상황 등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김상우보좌역,이강래·박금옥 전 비서실차장과 윤철상·김한정·장성민씨 등 김 전 대표의 비서진,김삼웅 전 당보주간 등이 이 사무실에서 대외연락 및 자료정리를 맡고 있다.
○…20일 오후 힐튼호텔에서 가진 미 라로슈대 총장 커신부를 위한 만찬에는 부인 이희호여사와 민주당의 천주교신도 의원인 정대철·이우정·조순승·박지원·강수림·박은태·김말용의원과 박홍 서강대총장·박종화 한신대교수가 동석했다.
○“귀국하니 안정”
김 전 대표는 입구에 보도진이 몰려있는 것을 보자 『아직도 12월18일(대선)로 알고 있구먼』이라며 조크를 건넸다. 그는 『영국에 있을 때보다 귀국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안정된다』고 귀국 17일간의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관심을 끈 것은 「김 전 대표가 다시 대통령출마를 결심하고 조국에 필요하다면 밀어줄 용의도 있다」는 이기택대표의 제주발언에 대한 그의 반응.
제주에 이 대표를 수행했던 박은태의원이 『잘 다녀왔습니다』며 인사를 하자 김 전 대표는 『그런데 이상한게 신문기사로 났더라』며 『안하겠다는 사람을 자꾸…』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보도진이 없는 만찬석상에서 김 전 대표는 박은태·강수림의원 등 이 대표 직계들에게 격앙된 어조로 『이 대표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했느냐』고 다시 따져물었다.
당황한 박 의원이 『아마 보도진의 유도에 그런 답변을 한 것 같다』고 엉겁결에 답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남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근래에 보기드문 「분노」를 표시했다고 한다. 「정계복귀」 여론에 대한 김 전 대표의 예민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곧 필리핀을 방문할 커총장에거 「후광평화재단」 설립에 국제적 도움을 주선해주도록 요청했고 21일에는 커총장과 함께 김수환추기경을 방문했다. 서서히 바깥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 셈이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김 전 대표의 일산생활은 「케임브리지생활」의 연장이라는게 측근들의 전언.
「동교동집지기」였던 이수동보좌관과 가정부·운전사·수행원 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 전 대표는 아침식사후 서재에 들어가 책을 보고 오후에 간혹 자유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외에는 밤 12시 정도까지 통일문제와 EC통합 등의 연구에 전력한다는 것.
○미·러 방문계획
물론 「배지 단 사람」 등 외부인사와의 접촉은 일절 사절하고 있으며 동교동에 계속 머물고 있는 이희호여사와는 토요일 김 전 대표가 귀가(?)하여 만나기 때문에 「주말부부」가 됐다. 김 전 대표는 10월쯤 러시아(모스크바대 강연)·미국·독일 방문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이때쯤이면 연구소설립도 가시화되고 김 전 대표의 활동은 본격화될 듯하다.
민주당은 최근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했다. 그 위원장 자리를 놓친 한 최고위원의 볼멘 소리도 들려왔다. 정치절연을 강조해온 김 전 대표는 여전히 한국정치의 큰 「지분」을 행사하고 있음을 부인키 어려울듯 하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