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투수를 경원에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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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대후 무탄 슬럼프>
『타순을 바꿔야 할까.』
제대후 첫 원정경기(해태)에서 10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삼성의 도깨비 방망이(?)양준혁은 괴롭기만 하다.
홈 경기에만 출장할 때는 체력이 남아도는 데다 손이 근질거려 잠을 못 이뤘던 그가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게 되면서부터 정반대의 고민에 잠못 이루고 있는 것이다.
『투수들이 약점을 알고 있는 탓일까.』
해태 1급 투수들인 조계현·선동렬·김정수·이강철·이대진 등에게 차례로 삼진 1개씩을 당한 그는 분해 참을 수 없었다.
양은 홈런왕 다툼 중인 팀 선배 김경래가 연일 홈런을 펑펑 쏘아대는 걸 보면서 좋은 볼을 안주는 상대투수가 밉기만 했다.
해태 투수들은 고수답게 양준혁에게 까다로운 볼만 골라 던진다.
그것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벗어나거나 이리저리 구부러지는 변화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맞으면 범타고, 안치면 포볼이라도 그만이라는 배짱이다.
이런 판국이니 양준혁만 애타게 되고 초조한 나머지 마구 휘두르는 통에 3게임에서 삼진을 5개나 먹게 됐다.
양이 4구로 걸어나가면서 김성래는 더 많은 타격찬스를 갖게됐다.
상대투수들이 양을 기피한 후 김성래마저 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은 타점을 올릴 기회가 많아져 홈런부문뿐 아니라 타점 부문까지 1위로 올라섰다.
대구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양은 아무 부담 없는 6∼7번으로 타순을 조정해달라고 부탁할까 고심했다.
양은 전반기 막판에도 13타수 무안타로 일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으나 후반기엔 상대투수의 김빼기 작전이 오래 계속될 것만 같아 타순조정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양은 16일 14타수만에 겨우 첫 안타를 뽑았다.<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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