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쟁점 "거꾸로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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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3·1 운동의 33인은 과연 민족대표 자격이 있는가, 국회프락치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박헌영은 실제「미국의 간첩」이었나.
근·현대사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대목이면서 일반 역사독서층이 무심히 지나쳤던 쟁점사항만을 정리해 한데 묶은 책이 출간됐다.
역사비평사는 우리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로 계간『역사비평』에 소개해 독자들의 호응이 높았던 근·현대사의 쟁점들을 묶어『바로 잡아야할 우리역사 37장면』이란 제목으로 펴냈다.
『바로 잡아야할 우리역사 37장면』은 시간적으로 한말의 애국계몽운동에서 시작해 4·19이후 한일협정까지의 역사공간을 1,2권으로 다루고 있다.
1권에서는「3·1운동에서 33인은 민족대표인가」「일제하민족지의 왜곡된 실상」「국회프락치사건의 진상」「박헌영, 미제간첩설에 대한 한 의견」등 19개 항목이 기존의 교과서적입장을 떠나 새로운 시각으로 기술되고 있다.
6·25부터 시작되는 2권에는「6·25전쟁을 놓고 상반된 남북한의 살상자 수」「휴전회담의 지연이유」「전쟁부역자처리」「5·16이 주장하는 4·19이후 사회혼란상의 실제」등 역사적 쟁점과 함께 최남선·이광수·김동인 등 3문필가의 일제하 반민족행위를 수록했다.
개화기 민족운동의 구심체역할을 한 독립협회의 경우 주진오교수(상명여대)는 「교과서의 독립협회서술은 잘못됐다」는 글에서 이 협회창립에 이완용 등 한말친일파들이 포함돼 있고「근대화를 위한 불평등조약의 인정」등 자주독립사상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독립협회에 대한 지금까지의 해석에 이견을 제시했다.
「박헌영, 미제간첩설에 대한 한 의견」은 남북간 체제대결에서 북한이 의도적으로 왜곡시킨 현대사의 한 부분을 바로잡은 글로써 눈길을 끈다. 역사문제연구소 현대사분과가 공동 집필한 이 글은 북한 최고재판소가 발행한 공판문헌을 정밀 검토해 박헌영의 역사적 위치에 대한 복원을 시도했다. 이 글은 박이 1939년 언더우드와 연계, 미고용간첩이 된 뒤 미군정의 조작된 체포령으로 월북했다는 공소사실들에 대해 이는 상식적 역사이해에 어긋나며 당시의 국내외 정황과도 차이가 있음을 자료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이 책의 쟁점들은 80년대 중반이후 근·현대사의 원사료접근이 어느 정도 용이해진 가운데 소장진보학자들의 관심을 반영, 새로운 시각을 수용하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일반이 접했던 사실과는 판이한 입장을 취해 독자에게는 새로운 역사해석에 대한 흥미와 함께 상당한 의식적 혼란과 충격도 주고 있다. 더욱이 쟁점사항에 대해 시론수준에 머무른 글들도 많아 학계에서는 『쟁점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뜨거운 쟁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책』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철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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