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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 손잡고 「디자인 후진」 오명 벗어야"-이대성<산업디자인개발원 포장개발본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 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여사의 인기는 역시 대단했다. 가는 곳마다 풍성한 화제를 남겼음은 물론이다.
그중 경복궁국립박물관 생활사 전시실에서 그녀가 보자기 등 우리의 전통수예품을 보고는 『우리 디자이너와 화가들에게 한국에 꼭 가보라고 해야겠어요.』라고 말한 대목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것을 칭찬했다는 점에 앞서 명색이 한국의 디자인 등을 책임지는 기구의 본부장으로서 왠지 부끄러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산수와 갓·보자기·청자·단청·색동 등 조상 전래의 멋과 맛을 얼마든지 갖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어느 민족보다도 뛰어난 문화유산과 미적 창의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디자인 후진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과 한국상품의 현주소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아직도 미술대학이라는 명칭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디자인교육기관의 구조와 실상, 그리고 매년 관련학과에서 2만명 이상이 배출됨에도 정작 필요인원은 충당되지 않는 불합리한 인력수급체제 등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그 동안 디자인포장개발원과 같은 진흥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부족과 무관심, 관련 협회·학회의 활동부족도 요인임은 물론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신경제 5개년 계획에 산업디자인 분야를 체계적으로 보완하고 이를 강력치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우리가 더 이상 OEM(주문자상표부착) 상품·모방상품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과 함께 다가오는 산업사회의 모습이 과거 생산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의 기호, 제품자체보다 디자인 등 마키팅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국제화 사회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이제 정부도 산업디자인 분야에 강력한 지원을 하기로 한마당에 모든 디자이너들은 학계에 있든, 산업계에 있든 간에 디자인분야의 발전을 위해 나서야 하며 기업들 또한 이에 대해 확고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힐러리 여사의 권유로 한국에 올 미국의 디자이너와 화가들이 경복궁에서 감탄하고 백화점에서 실망하는 모습을 보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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