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권한 강화/의회입지엔 타격/러 제헌의회 신헌법초안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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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혁파 “일단은 승리” 안도/인민대의원대회 통과할지 주목/자치공들 시큰둥… 의미퇴색
러시아 제헌회의가 12일 대통령 권한 대폭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 헌법 초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함으로써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들은 보수파 중심의 의회(인민대의원대회)에 대한 정치적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옐친 대통령은 또 자신이 추진해온 대통령권한 강화를 각 지역 대표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승인을 얻는 성과를 거뒀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나 뱌체슬라프 코스티코프 대통령 대변인은 이와 관련,『초안이 제헌회의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갖가지 회의적인 예상들이 있었으나 최근 승인을 얻어 정치안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면서 『빠르면 8월 새헌법 채택에 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들이 이날 자신들의 주도로 진행된 제헌회의에서 자신들 입맛에 맞게 작성된 헌법초안을 확정지었다고 해서 이것이 곧 러시아연방의 새 헌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현행 법률상 러시아 연방의 헌법을 개정하고 새롭게 채택할 수 있는 권리는 인민대의원대회가 가지고 있으며 인민대의원대회가 헌법개정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로 확정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새 헌법 초안은 비록 러시아 연방내 88개 지역을 대표하는 7백50명의 대표들이 모인 제헌회의가 확정지은 것이라고 하지만 법적 효력은 갖지 못한다.
또 새 헌법 초안은 처음 제시됐던 초안에 비해 의회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상당히 제한하고,연방과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 지방의 입장을 대폭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물론 자치공화국·자치주·자치지역 등이 새 헌법 초안에 동조하는 기미는 전혀 없다.
일부 공화국은 새 헌법 초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으며,올레그 루미안체프 러시아의회 헌법위원장 등은 헌법초안이 인민대의원대회나 국민투표 등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신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일부터 우랄공화국·연해주공화국 등 각 지역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22개 자치공화국들과 마찬가지로 격상시키는 경제·정치적 자주선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헌회의의 새 헌법 초안 채택으로 옐친 대통령이 얻은 정치적 승리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제헌회의의 새 헌법초안 채택이 갖는 의미는 옐친 대통령 자신이 정치적으로 의회와 대등한 입장에 서기위해 제헌회의를 구성한 당초 목적을 크게 넘지 못한다 할 수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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