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의식개혁보다 제도개혁 중요”/경실련서 평가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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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존 7차계획과 차별화실패/상명하달식의 절차에도 문제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대한 학계의 강도높은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오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홍원탁 서울대교수의 사회로 경실련 회원교수 6명이 발표자로 나선 신경제 5개년 계획 평가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신경제 5개년 계획은 근본적인 경제개혁정책이 되지못해 다시 짜여져야 한다』는 등 신경제계획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주요 발표내용을 정리한다.
▲김성훈 중앙대교수=신경제계획은 기존 7차 5개년 계획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문민정부의 첫 경제계획이 상의하달식으로 짜여진 사실만으로도 절차상의 정당성이 훼손됐다.
경제를 먼저 활성화하고 개혁을 고려하겠다는 「선계획 후개혁」의 원칙부터가 잘못돼 있다. 재정·금융부문에서 제도적인 개혁을 유보 내지는 연기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활성화를 중시해온 관행때문이다. 이런 발상은 계획을 영원히 사장시키는 온상이다.
결국 신경제 5개년계획이 품고있는 시행착오의 실패가 나타나기 전에 개혁의 틀판을 새로이 짜고 인적개편을 단호히 단행하는 고통스런 과정이 필요하다.
▲백용호 이화여대교수=정부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과 의식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개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융개혁부문에서는 이같은 진취적 개혁이 크게 부족하다. 금융개혁을 표방하면서도 중앙은행 독립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국제경쟁력회복을 위해서는 임금·금리·지가 등 생산요소의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선행돼야 하고 확고한 안정정책이 계속돼야 한다.
▲이진순 숭실대교수=새로운 경제질서는 「국민의 참여와 창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경쟁적 시장질서」가 돼야 한다. 그러나 신경제정책은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금고화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미명아래 여전히 관치금융을 오존시키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종합토지세 과표현실화,이자·배당소득의 선택 과세제도도입,주식양도 차익과세 등 핵심사항은 모두 현 정권의 집권말기에 시행토록 편성돼 있어 개혁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세제제도의 올바른 개편방향은 우선 조세감면규제법을 페지해 세제베이스를 확충하고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의 최고세율을 전반적으로 대폭 인하해야 한다.
또 재정개혁·세제개혁·금융개혁은 상호 의존적인데 개혁방침은 이를 나열적으로 지적하고 있을뿐 종합적으로 연결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재정지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비지출을 줄이겠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생활에 쪼들리는 공무원에 대한 봉급동결은 부당하다.
사회간접자본은 국가재정의 기본적인 것으로 재원은 목적세가 아닌 일반세에서 충당돼야 한다. 일반세를 통한 재원은 우선 조세감면규제법의 시한연장을 중단함으로써 상당부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방안은 형평성면에서도 상당히 맞지않는 점이 있다. 승용차는 더 이상 고급사치품이 아니다. 정부의 휘발유세·자동차세·고속도로 통행료 등 간접세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간접세에 편중돼 있는 우리나라 조세구조의 파행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봉급생활자의 세부담도 가중된다. 결국 이를 통해 사회간접자본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중산층으로부터 소수의 땅부자들에게로 소득을 역분배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한다.
산업정책에서 민관협동적인 「일본주식회사」 모델을 답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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