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기자실 비워달라" 일방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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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기존 기자실에서 쫓겨나게 됐다.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외교통상부 기자들은 10일 공사가 끝나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외교부 청사) 1층 통합브리핑룸으로 이사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통합브리핑룸 공사 현장 모습.[사진=김상선 기자]

9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2층 외교부 기자실. 외교부 공보관실 관계자가 출입기자단 간사를 찾아와 "12일까지 외교부 기자실을 비우고 1층에 마련되는 통합 브리핑센터로 옮겨 달라는 통보를 국정홍보처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단은 30분 뒤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와 남북 정상회담 취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정홍보처의 급박한 철거 통보는 비합리적인 강제 퇴거 조치"라고 의견을 모았다.

출입기자단은 "정부는 새로운 기사송고실 환경과 이전 계획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현재의 취재환경을 고려해 기사송고실 이전 작업을 아프간 피랍 사태와 남북 정상회담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연기해 달라"고 국정홍보처에 요청하기로 했다.

한 출입기자는 "통합 브리핑센터로 이전하면 앞으로 외교부 관리들을 만날 때 일반 민원인처럼 일일이 공식 면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면담 기록이 모두 남기 때문에 심층취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홍보처는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보처 관계자는 "아프간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좀 더 협의하고 설득해 다음주 초까지는 기자실 이전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엠바고 파기 제재 권한을 정부가 갖고 브리핑 출석 체크를 통해 출입증을 회수하겠다는 등 현실을 무시한 총리 훈령을 만든 데 이어 기자실 통폐합 공사도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홍보처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과 과천정부청사 기자실의 이전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경우 별관 1층에 브리핑룸 2개와 175석 규모의 기사송고실을 만든다. 홍보처는 이번 주말까지 1층 공사를 모두 마무리 짓기 위해 심야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후 2단계 공사로 별관 2층의 외교부 브리핑룸과 기자실을 뜯어내고 대.소형 브리핑룸 2개를 만들 예정이다.

홍보처는 현재 중앙청사 본관에 있는 총리실.교육부.행자부.통일부 기자실도 26일까지만 운영하고 27일부터는 별관의 통합 브리핑센터를 정식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주무부서인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정상회담 하루 전인 27일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상회담 취재를 정부가 나서 방해하는 꼴"이란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과천청사도 1단계로 경제부처 기자실이 12일부터 재경부 건물(1동) 1층에 마련된 통합 브리핑센터로 옮겨간다. 이에 따라 경제부처 출입기자들은 10일 밤까지 모든 짐을 싸도록 통보받았다.

이철희.박신홍 기자<jbjea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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