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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감사 선임 때 소액주주 입김 세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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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앞으로 상장회사의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일괄 선출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소액 주주들 입장에선 원하는 사람을 이사나 감사로 선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법무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상법 회사편 개정 시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이달 중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의 의견 조회를 거쳐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계는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 목표=법무부의 개정 시안은 일반 이사와 감사를 한꺼번에 뽑도록 선출 방식을 일원화했다. 이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80여 개 중 50여 개 회사가 일괄 선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배구조 결정방법을 통일, 혼선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소수 주주가 한 명에게 투표권을 몰아주는 집중투표를 통해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를 이사나 감사로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김영준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기존 대주주 입장에선 권한이 제약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돼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경련 박규원 기업정책팀장은 "기업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이 충분이 나올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G의 경우 지난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경영권을 위협했을 때 이사.감사 분리 선출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소수 주주권 행사 쉬워져=개정안은 또 소수 주주권의 행사에 필요한 지분율을 완화했다. 상장사들의 주식 소유가 고도로 분산돼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자본금이 1000억원 이하 상장사의 경우 주총 소집권을 기존 3%에서 1.5%로, 주주 제안권은 1%에서 0.5%로, 이사.감사 해임청구권은 0.5%에서 0.25%로 낮췄다. 대신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만 주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소수 주주의 주주권 남용을 막겠는 취지다.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작은 회사를 설립할 때 금융기관의 잔고증명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창업 절차를 간소화했다. 지금은 금융기관에 자본금을 납입하고 보관증명서를 제출하면서 10여 종의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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