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영원히 잊지 못할 조치훈의 일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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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9보 (129~140)]
白.趙治勳 9단 黑.胡耀宇 7단

조치훈9단의 백△가 멀리 백◎들의 생환을 노리자 후야오위7단은 129로 봉쇄에 나선다. 하지만 130으로 뚫리는 출혈이 너무 아파 후야오위는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133의 연결도 눈물겨운 후수.

20세의 젊은 후야오위는 최근 세계바둑의 쌍두마차인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을 꺾어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조치훈과 겨루게 되었을 때 후야오위의 승리는 거의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 후야오위는 조치훈의 신들린 듯한 역습에 넋이 나가버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치훈을 가볍게 여긴 죄였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에서 후야오위는 다시금 영영 잊을 수 없는 뼈저린 일격을 얻어맞고 만다. 수순을 짚어보자. 134로 들여다보자 135, 137의 절단. 그 다음 趙9단이 138로 몰자 누구나 백이 이 한점을 내주려는 것으로 여겼다. 한데 조치훈9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 속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돌연 140으로 밀고나왔다. 검토실은 물론 후야오위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살수를 연상시키는 무지막지한 행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후야오위는 가슴을 치는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놀랍게도 응수가 없었다. '참고도' 흑1로 막아야 바둑인데 백2로 끊는 수가 있었다. 중앙의 약점과 얽혀 백6으로 잡히고 마는 것이다.

묘수다! 끝났다!

검토실은 일순에 소란스러워졌다.그러나 후야오위는 초에 몰려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돌을 집어든 그의 손이 바둑판 위에서 절망적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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