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청소년층 「순결 지키기」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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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키자』
최근 미국에서는 남침례교 교단이 실시중인 청소년들의 「순결 지키기 운동」이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순결한 사랑이 기다린다」는 슬로건 아래 지난 4월 처음 실시된 이 프로그램에 따라 결혼 때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서약한 청소년들이 이미 수백 명에 이른다. 또 남침례교 교단 산하의 교회1만여개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정보를 요청했거나 이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미국의 남침례교 교단 관계자들은 이 추세대로 가면 내년 6월로 예정된 남침례교 전국대회까지 청소년 10만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국 규모의 청소년단체나 다른 종교단체까지 이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프로그램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결혼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서약하는 청소년들은 다음과 같이 적힌 카드를 받는다. 『순결한 사랑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으면서나는 신과 나 자신, 가족, 나의 데이트 상대들, 장래 나의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결혼하는 그 날까지 순결을 지킬 것을 서약합니다.』
최근에 순결서약을 한 데이비드 메드퍼드는 『동정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냐』 면서 『장래 부인이 될 사람에게 순결을 결혼선물로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 교단의 청소년 상담 담당인 리처드 로스는 『미국 부모들이 자녀들의 성 문제에 무관심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자녀들에게 섹스활동을 권하는 꼴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청소년의 윤리문제는 청소년이 직접 나설 때』라고 설명했다. 로스는 이어 청소년들에게 순결을 지키는 젊은이가 자기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키는 것도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한결같이 바보취급을 당할까봐 친구들 앞에서 순결을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순결서약을 한 소녀는 『이제부터는 남자들이 섹스를 요구해 올 때마다 자랑스럽게 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이 실시된 후 자녀들의 섹스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도 부쩍 늘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소지하고 다니는 「순결카드」에 자신들도 서명하고, 혼외정사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기도 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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