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끄기운동(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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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쾌락욕구를 갖는 존재라고 했다. 인간은 사회활동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이 불쾌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동기로 쾌락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쾌락추구 본능은 사회적 학습과 성장에 따라 점차적으로 내면화하면서 사회 전체의 규범에 적응하고 순치되지만 그렇다고 본능 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억압과 속박상태에 있는 개인적 쾌락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가 바로 영상매체의 오락기능이다. 음향기술은 이러한 감각적 욕구의 충족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우리의 TV가 오늘날 왜 이처럼 오락기능에 지나치게 충실한가가 설명된다. 시청률이 높고,따라서 돈도 많이 벌리기 때문이다.
방송 당사자들은 저질 오락프로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그런 프로를 제작,방송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오락프로를 「저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이 프로를 즐기고 있으면서도 위신이나 체면,도덕적 갈등 때문에 이중적 행동을 취한다고 꼬집는다.
부분적으로 그것이 사실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막강한 영상매체가,더욱이 공영방송이 국민의 본능적 쾌락욕구 충족을 그들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인양 착각하는데에 뜻있는 국민들은 분노한다.
개인의 본능 충족은 개인 각자가 적당한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지 대중매체가 나설 일은 아니다.
오히려 쾌락본능의 분출로 인해 흐트러진 국민의 윤리의식 회복과 사회질서 확립이 오늘날 우리 방송에 맡겨진 중요한 책무다. 오락프로는 국민,특히 청소년의 거칠어진 정서를 순화시키는데서 존재의 의의를 찾아야 한다.
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저질프로에 항의하는 뜻으로 7일 하루는 TV를 아예 켜지도 말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입으로는 그러면서도 집에 가서 TV를 보지 않고는 못배길 걸』하고 비아냥대는 방송인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는 앞으로 하루 TV끄기 이상의 국민적 저항운동이 일어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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