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 상반기 건설 동향|신규투자보다 "정상화" 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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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의 올 상반기 경제건설 동향은 작년보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신규투자보다 기존시설의 생산정상화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로 및 평양시 3만 가구 아파트건설은 계속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조국해방 전쟁승리 기념탑 신축 등 비생산적 건설부문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으로 지적됐다.
통일원 정보분석실에 따르면 북한의 올 상반기 경제건설 실적은 혜산∼만포간 2백55㎞ 도로건설, 평남 순천 탄광기계공장 확장 등 모두 1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72건에 비해 질·양면에서 모두 준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에는 평양 모피수출품공장, 평북 구성군104호 공장,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완공하는 등 활발한 건설동향을 보였다.
이는 작년 말부터 중국·러시아의 경화결제 요구 등에 따른 재정사정의 악화로 신규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의 건설사업 완공 및 생산정상화에 주력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김일성이 올 신년사에서 경제건설의 중점과제로 제시한 석탄·전력·금속공업 등 이른바 「선행부문」의 실적을 보면 석탄공업의 경우 새 탄광의 탐사활동 및 개발은 전혀 없었다. 대신 안주·덕천 등 주요탄광의 생산성 제고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공업 부문도 신규투자 없이 4∼6년 전에 착공, 추진해온 동평양화력·12월화력·해주화력 등 화력발전소와 남강·태천5호·의진·금야강 등 수력발전소 완공에 총력을 기울였다.
금속공업 부문은 강원도 문천시 9월21일 제련소에 황산의 화학적 처리를 위한 이소류산 직장을 완공한 것 외에는 뚜렷한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부문의 경우 황해남도 청수도 간석지 건설과 일부 지역의 온실신축에 그쳤다.
이와 달리 수송부문은 이 기간 중 혜산∼만포간 도로와 함께 평양∼강동간 40㎞ 도로공사 및 평양∼개성간 80㎞ 전철화공사를 완공·개통하는 등 작년에 이어 계속 활발한 동항을 보였다. 이밖에 순천∼개천간, 영광∼사수간 등 모두 1백50㎞에 달하는 전철화 공사가 새로 착공됐다.
특히 비생산적 건설부문의경우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조국해방 전쟁승리 기념탑·김일성 송시비·고려성균관을 신축하고 동명왕릉 발굴에도 나서 주목을 끌었다.
시기별로는 1∼3월에는 농한기의 남아도는 노동력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탑 및 도로건설 등에 동원, 건설동향이 비교적 활발했으나 농번기로 접어들면서 다소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2월의 사노청 8차 대회와 6월 조국해방전쟁(6·25전쟁) 40주년을 맞아서는 특히 청년들의 노력동원을 강조했으며, 3월의 준전시상태 선포 및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도 주민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방편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분석실 이호 국장은 『북한의 상반기 건설동향은 재정난 외에도 에너지·원자재부족으로 말미암아 산업시설의 가동률 제고를 통한 생산정상화에 치중한 게 특징』이라면서 『경제건설이 계속 부진할 경우 올해 끝나게 돼있는 3차 7개년 경제계획이 연장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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