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O패 후 혼수상태|"「러」복서 살리기" 미 각계 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전 세계헤비급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미국)의 재기전이 치러진 지난 27일 미국 뉴저지주 아틀랜틱 시티 컨벤션센터에선 한 러시안 복서를 살리기 위한 자선경매가 행해져 복싱 인들을 숙연케 했다.
이날 때아닌 자선경매는 바로 석 달전 이곳 아틀랜틱 시티에서 공석중인 미국국내 라이트급 타이틀매치를 벌이다 KO패,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차차 원기를 회복하고 있는 세르게이 아르테미예프의 치료비마련을 위한 것.
올해 24세인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태생의 아르테미예프가 가난을 떨쳐 버리기 위해 맨주먹만으로 미국 프로 복싱 계에 뛰어든 것은 90년.
18승1무1패의 비교적 좋은 성적을 구가하던 아르테미예프는 그러나 지난 3월21일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되리라 곤 생각조차 못한 타이틀매치에서 칼그리피스에게 10회 연타를 얻어맞고 캔버스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아르테미예프는 2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소생했지만 챔프의 꿈을 앗아간 그날 경기를 비롯, 약 한달 반간의 일을 기억 못하는 등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말았다.
동갑내기 부인 레나와 여섯 달 된 아들 피터를 부양하기는커녕 그 자신 6만여 달러나 드는 치료를 받아야 할 딱한 형편에 놓이게 된 것.
하지만 목숨이 오갈 정도로 비정한 사각의 링과는 달리 사회의 온정은 따뜻했다.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먼·앨릭 볼드원이 격려전화를 했고 몇 달러를 동봉한 꼬마들의 팬 레터가 답지했다.
또 트럼프 타지마할이 계획한 이날 경매행사엔 무하마드 알리의 자필서명이 들어 있는, 알리가 조지 포먼을 KO시키는 사진, 화가 파블로 카레노가 그린 아르테미예프의 초상화, 시카고불스 팀 선수들의 서명이 든 농구공 등 스포츠 각계에서 경매 품을 내놓아 아르테미예프 일가의 눈시울을 적셨다.
비록 더 이상 복서로 활동할 수 없지만 그는 자선의 트레이너였던 토미 갤러거를 도와 트레이너로서 항상 복싱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소망을 피력, 복싱 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