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배붙임의 급소 한 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 윤준상 6단(월드메르디앙)  ●.허영호 6단(영남일보)

장면도1(1~10)=3위의 월드메르디앙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영남일보와 맞섰다. 지난해 부진했던 허영호(영남일보)는 올해 3승1패. 지난해 잘나가던 윤준상(월드메르디앙)은 2승3패. 이들의 명암이 그대로 팀의 순위에 반영되고 있다.

 국면은 수상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 백 대마가 살기 위해선 우변 흑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잡지 못하면 죽는다. 동네 기원에선 흔한 일이지만 타협의 명수인 프로들 바둑에선 이런 죽기 살기 식의 수상전은 보기 어렵다. 다 속기 탓이다. 시간이 있는 바둑이라면 이런 ‘치킨 게임’ 식의 바둑은 애당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윤준상 6단은 초읽기가 급하게 쫓아오자 황망히 백1로 빠졌다. 젖히고 싶었지만(흑2 자리) 젖히면 패가 난다. 수읽기를 다하지는 못했지만 백1이면 그냥 잡을 것 같았다.

 하지만 흑4로 빠지고 8로 곱게 잇는 허영호 6단의 자세가 의외로 자신만만하다. 윤준상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착각이다. A로 살리면 흑B로 한 수 부족이다.

 장면도2(1-10)=그래서 하는 수없이 백3으로 수를 조였다. 그러나 이번엔 흑4 배붙임의 급소 한 방으로 백은 숨이 턱 막힌다. 흑은 4수. 백은 3수. 한 수만 늘리면 되는데 흑4로 인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10에서 윤준상은 돌을 던졌다(C로 따내도 D로 빠지면 백은 여전히 3수). 개인 전적은 2승4패. 팀도 1승3패로 패배했다. 두텁게 기다리는 바둑으로 타이틀 홀더가 된 윤준상이 속기에선 왜 이리 서두르는 것일까. 허영호는 개인 전적 4승1패를 거두며 팀의 보배로 떠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