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서도 창악 대계』펴낸 무형문화재 황용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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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온다/에-에헤이 에야 얼릴러거리고 방아로다』(경복궁 타령).
우리가 막연히 방송을 통해 듣거나 따라 부르는 경기민요의 정확한 가사나 악보를 완전 수록한 국악교재가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노력으로 완간 돼 국악계의 화제가 되고있다.
책제목은 『한국 경·서도 창악 대계』.지은이 황룡주씨(57·선소리산타령 보존회 이사743-1772)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선소리 산타령의 유일한 예능 보유자로 30년간 꼼꼼히 채록한 각종 민요가사를 전부 수록, 우리문화 유산을 집대성했다. 예술원회원 성경린 씨는 이 책 발간에 대해 『이 나라에 전창 되어오는 정가요·통속가를 고루 망라한 근대판 청구영언』이라고까지 극찬하고 있다. 황씨는 83년 작고한 1세 예능보유자 이창배씨의 제자로 경기 선소리꾼 가운데서도 왕십리 패에 속한다.
황씨가 서양식 채보기법을 어깨너머로 익혀 창악전집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여년전에 제자들에게 전수용으로 만든 『한국 고전 음악선집』이 이번에 펴낸 『대계』의 원형으로 거기실린 모든 민요에 악보를 붙여 완성한 것이다.
2권으로 된 이 책의 발간목적에 대해 황씨는 ▲한글 세대에게 우리 전통민요를 정확히 전수하고 ▲채보가 되지 않아 교육현장에서 구전방법에 의존하던 교수법을 바꾸며 ▲가사나 민요의 형성내력을 밝혀 이해를 돕도록 하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책 내용을 보면 국가 지정무형 문화재인 19호 『선소리타령』, 57호 『경기민요』, 29호 『서도소리』등의 그 파생된 시기·연원·유래·전승과정을 연대별로 계보까지 수록하는 한편 가사·시조·경기 좌창·입창·서도소리·각도민요·신민요까지 체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출판에서는 현재 우리 국악인들이 부르는 그대로를 채보해 정리했고 한자로 된 어려운 노래 말들은 한글위주로 정리, 곡마다 해설과 주해를 친절하게 붙여 한글세대의 국악 이해에 크게 도움이 되도록 꾸민게 특징이다.
황용주씨는 『현재 선소리 산타령을 전수하고 있는 제자가 7명이고 이미 전수과정을 이수한 중견 소리꾼도 김국진·방영기·염창순·김진성·박종국 등 5명이나 된다』며 『한평생 제자에게 좋은 소리를 가르치는 즐거움에 산다』고 말했다 .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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