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5년 한·미관계 “설계”/클린턴 내달 「서울나들이」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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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북아 새 안보질서 구축협의/북한 핵문제 깊은 얘기 오갈듯/첫 방문 한국선택 달라진 위상 반영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7월 10,11일 이틀간 한국을 공식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두 미국 방문을 시작했던 것을 감안하면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새로운 모습이다.
특히 외교관리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동경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에 오는 것이긴 하지만 취임후 양자관계를 위해서는 거의 유일하게 외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는 점에 고무되고 있다.
양국 정부가 모두 출범한지 얼마 안돼 대외정책을 다듬고 있는 단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앞으로 4∼5년간의 한미관계를 결정하게 된다.
○5,6공때완 달라
또 최근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지역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도 중요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이 주목을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역시 북한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제 겨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남기로 했다.
그러나 핵무기개발을 포기했다는 확인을 하는 것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
당장 NPT에는 복귀해 6월12일이란 시한은 의미가 없어졌지만 7월초까지도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유엔안보리의 제재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협의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북한,남북한 사이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유화책이 협의될 수 있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대북경제봉쇄나 남북정상회담,미·북한관계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문제도 동북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인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동북아 정책도 중요한 관심사다.
○팀훈련 거론예상
핵문제의 향방에 좌우되겠지만 미국과 북한의 협상 방향을 보면 팀스피리트훈련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장기정책에 따라 주한미군도 감축될 추세에 있다.
따라서 양국정상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맡은 역활에 대한 인식을 재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클린턴 행정부가 선거과정에서부터 역설한 지역 다자안보체제를 이용한 방위비 부담 등이 제기될 예정이다. 특히 오는 7월말로 예정된 아세안 확대 외무장관회담에서는 처음으로 지역 안보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제 아시아지역에서도 다자안보문제가 학술차원을 뛰어넘어 정부간 대화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승주 외무장관은 전체 아시아의 다자안보체제에 앞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작은 다자체제를 먼저 추진할 것을 제의하고 있어 이번 회담을 통해 상당한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월 노태우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만든 한미 대통령위원회(PEI)를 다른 협의체로 발전시켜 통상협력을 확대하는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신외교 실천계기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0여년에 걸친 군사정권을 거쳐 처음으로 탄생한 문민정부라는 점에서 양국의 정상이 가치와 이해의 공감대 폭을 확인한다는 점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외교의 기축을 미국과의 관계라는 점을 취임전부터 강조해왔다.
또 이번 회담은 지난달 말 국제적인 보편이념을 기초로 한 신외교를 선언한 뒤 이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양국은 이 회담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공통 이념으로 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게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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