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단 라면공장 공원출신/철원­화천 이용삼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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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하며 독학해 사시합격 “인간승리”/방송대 출신 1호·최연소·총각 “다관왕”
라면공장 공원출신의 35세 노총각이 14대 국회 최연소 의원에 당선됐다.
11일 실시된 철원­화천 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따낸 이용삼당선자는 금화공고 졸업후 방송대(구 방송통신대)를 거쳐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검사생활을 잠시하다 변호사로 활동중인 입지전적 인물.
57년생인 이 당선자는 월남한 부모가 정착한 화천에서 태어났다.
논농사 4백평을 짓는 소농의 2남3녀중 장남이었던 그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가난의 굴레가 늘 따라다녔다.
금화공고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택한 곳이 고향선배가 공장장으로 있던 삼양라면 서울공장. 이곳에서 2년간 일했던 그는 『배우지 못하면 결코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 퇴사,막노동판을 전전하며 공무원시험 준비에 몰두했다. 3평 크기의 자취방에서 주경야독에 몰두한 결과 78년 4급 행정식(현 7급) 공채에 수석으로 합격,부산수산진흥청에 발령받아 조금 더 넓은 세계로 진출케 됐다. 방송대 행정학과에 등록,뒤늦은 대학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러나 82년 사법시험 2차시험 감독관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그는 또 한번 꿈틀거리는 새로운 세계로의 충동을 느꼈다. 그는 『정규대학 졸업자의 답안도 별로 신통치 않더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도전해 보고픈 욕망이 싹텄다. 또 다시 5년간의 공무원생활을 팽개치고 83년 1월 철원으로 귀향,축협 융자를 받아 소 15마리를 키우면서 독학으로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낮에는 소꼴을 베며 머리를 박박 깎고 수험준비에 전념한 그는 84년 한차례 실패한 끝에 85년 사법시험에 6등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다. 사시에 붙었을때는 키우던 소가 30마리로 불어나 철원군내 세번째 축산업자로 사업에도 성공했고 고대하던 대학졸업장(방송대)도 거머쥐게 됐다.
4년간 서울지검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서 검사로 재직했던 이 당선자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생각해왔던 고향 국회의원의 꿈을 위해 또 한번 인생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고향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낸 이 당선자는 14대 총선때 무소속으로 출마,낙선의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대선당시 김영삼 대통령후보에 의해 의지의 신한국인으로 점찍혔던 이 당선자는 결국 이번 보선에서 『참신한 개혁적 인물』로 공천받아 무난히 승리를 안은 것이다. 『다양한 인생경험이 향후 의정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 당선자는 방송대 출신 1호의원,이석현의원(42·민주)을 제치고 최연소 총각의원이 되는 진기록을 함께 보유하게 됐다.<철원=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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