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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무엇을 왜 보여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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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새해 벽두 핵 억지력을 공개하는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6일부터 나흘 동안 방북한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에게 "핵 억제력(억지력의 북한식 표현)을 보여줬다"고 10일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외부에 공개한 적은 없었다. 아직 북한이 공개한 핵 억지력이 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플루토늄을 공개했다면 언제든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압박인 셈이다.

그만큼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북한에 자발적인 핵포기 선언을 요구해온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북한이 공개한 핵 억지력의 실체 파악과 이것이 6자회담 재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뭘 보여줬나=북한이 이번에 보여준 핵 억지력은 핵무기 원료, 즉 플루토늄일 가능성이 크다. 뉴욕 타임스는 11일자에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이 최근 재처리했다고 주장한 플루토늄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방북단의 일원인 키스 루스(리처드 루가 미 상원 외교위원장 보좌관)는 11일 서울에 도착해 "현 시점에서 평양과 워싱턴에서 나온 코멘트에 기초해 어떤 결론을 유추해 내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에 영변의 5㎿e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핵재처리 시설)도 동시에 보여줬을 가능성이 있다.이 과정이 없이 플루토늄만 보여줬다면 그것은 1994년 이전에 추출해낸 이른바 '과거 핵'일 수도 있다.

핵활동의 모호성을 없애겠다는 취지의 북한 발언도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핵무기 완성품을 보여줬을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왜 보여줬나=일단 북한의 고강도 벼랑끝 전술로 분석된다. 2차 6자회담을 위한 참가국 간 교섭이 이번주 다시 본격화하면서 핵 억지력 공개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 능력을 과시하고, 또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온 말을 확인시켜 주면서 협상을 하자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핵개발 실태를 직접 보여주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압박용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조치를 통해 최근 핵포기를 선언한 리비아와 핵사찰을 수용한 이란과는 다르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 억지력이란=보복 피해를 우려해 핵 선제공격을 단념하도록 하는 정도의 핵전력(核戰力)을 의미한다.

오영환.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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