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표적 여성영화 한 자리에|페미니즘 영화제 열린다|28일부터 종로 연강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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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즘(여성주의)영화를 한자리에 모은 대규모 페스티벌이 이 달 말에 열린다.
여성 영화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예술기획 아이콘 주최로 28일부터 5일간에 걸쳐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열리는「여성영화제-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그것으로 현대사회에서의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제는 특히 외국영화를 보존하는 필름 아카이브(기록보관소)가 없는 우리나라로선 보기 드문 테마 영화제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테마 영화제는 특정한 주제아래 묶을 수 있는 영화들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행사로 외국에선 그리 드물지 않은 행사지만 국내에선 이번 행사가 사실상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몇몇 단체에서 테마 영화제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비디오 테이프로 만족해야하는 수준에 그쳤음에 비해 이번 행사에는 본격적으로 16㎜ 필름을 들여와 상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미국·유럽·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 중 여성 영화의 전범처럼 여겨지는 19편의 영화들이다.
이 영화제 기획을 맡고 있는 손주연씨는 『국내에서도 여성영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으나 공통적인 개념 정립이 안돼 있어 혼란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번 행사가『여성영화가 어떤 것인지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중 주목할만한 것으론 브라질의 수잔나 아마탈 감독의『스타의 시간』, 저명한 영화학자인 피터 월롄·로라 멀비 부부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베트남 태생 트라민하 감독의『그녀의 이름은 베트남』등이다.
『스타의 시간』은 신데렐라처럼 멋진 남성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가난하고 무능력한 한 사무직 여성 노동자의 허망한 삶을 그리고 있는 영화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현대 가정주부의 삶과 고대 신화에서의 여성상을 병치시켜 그 사이에서 새로운 연관성을 도출해 내고 있다.
국내 작품으로는 동남 아시아의 기생 관광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소개된다.
또 영화제 마지막 날에는 페미니즘 영화에 대한 심포지엄도 열어 그간의 산발적인 논의를 정리하고 한국 여성 영화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문혜주(영상 자료원 프로그래머)·유지나(영화평론가)씨 등이 발제를 맡을 이 심포지엄에는 여성학과 영화의 관계, 페미니즘 영화의 분류 기준 등이 다각도로 검토될 예정이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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