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점제」 한달만에 백지화/새 대입제도 “갈팡질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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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능시험 차등배점도 “불가능”/즉흥결정 잦아 수험생만 골탕
「7년의 연구와 3년의 준비를 거쳤다」는 새 대학입시제도가 시행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주관부처인 교육부의 일관성 없는 즉흥적 방침 결정과 잦은 번복으로 수험생과 교사·학부모들이 큰 혼란이다.
대학별 본고사와 수학능력시험 시행에서부터 전형·사정방식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분에서 속속 드러나는 조령모개식 졸속 입시행정은 입시부정으로 가뜩이나 커진 교육행정에 대한 일반의 불신과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감점제 번복=고교에서 이수한 계열을 바꿔 지원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한 교육부는 시행발표 한달여만에,그것도 대학측에 「원칙적으로 시행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는 단서까지 달아 일임함으로써 사실상 백지화시켰다.
이미 전공계열(문·이과)을 바꾼 일부 재수생이나 실업계 출신자의 반발에 따른 감점제 백제화로 이번 입시에서 고 3생들이 내신성적 취득이 유리한 계열로 전환하거나 수험생들이 전공과 관계없이 입학이 손쉬운 학과에 멋대로 지원하는 편법이 예상되고 있어 교육부에 쏟아질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수능시험 차등배점=교육부는 2백점 만점인 수능시험의 동점자 대거발생 예상에 따른 변별력 시비를 고려,문항의 난이도에 따라 ▲0.8 ▲1 ▲1.2 ▲2점 등 4단계로 배점을 달리하기로 지난 1일 시험시행 공고를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외국어(영어) 영역의 경우 50문항에 영역별 배점이 40점이어서 모든 문항당 점수를 8점씩 배점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한문항에 1점을 배점하면 다른 한개는 기준에 없는 0.6점이 돼 차등배점이 불가능하다. 「20문항 40점」으로 돼있는 수리영역도 마찬가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교육부 관계자는 9일 『네가지 점수외에 또다른 배점도 가능하다』고 뒤늦게 번복했다.
◇무원칙·예외적용=이번 입시에서 포항공대에 한해 수능시험성적을 응시자격(정원의 3배수) 선정기준으로만 활용토록 허용,입시사정에 반영토록 한다는 수능시험의 당초 취지와 달리 특정대학에 대해선 자격시험이었던 과거의 예비고사로 전락됐다. 또 한양대에 대해서는 본고사 취소시한 마지막날인 4월30일 본고사 과목을 사회 또는 과학중 선택에서 국·영·수로 바꾸도록 허용해 「일체의 과목변경 불허」방침에 따라 변경을 불허한 동아대·계명대(본고사 취소) 등과 형평을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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