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단체 협의회 김경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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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류 공군 비행사였던 김경오씨(59·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는 철이 든 뒤 세 가지 옷만을 입고 살아왔다. 여학생시절의 교복, 공군의 군복,·그리고 예편직후부터 여성운동가로 변신한 지금까지 줄곧 입고 있는 흰 세일러 칼라가 달린 검은 투피스가 그것이다.
이제 김경오씨의 상징이 되어 버린 이 검은 투피스는 전세계 어느 디자이너도 그려본 일이 없는 디자인이다. 바로 그 자신이 디자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편 후 민간인 복장을 입었을 때 옷은 겉돌고 나 같지 않아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도 겁날 정도였어요. 자신감이 없고 불편했지요.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나만의 옷이 필요해 이 옷을 만들었어요.『
하얀 배색이 들어간 검은 투피스는 세계의 전·현역 여류비행사들이 가장 즐겨 입는 아이템. 이런 점을 고려해 그는 검은 투피스에 흰색 칼라를 달았다. 군복과 같은 절도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빳빳한 양복감을 사용하고 상의에는 금장 단추를 단다. 또 항상 왼쪽가슴에 공군을 상징하는「윙」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가 가진 투피스는 춘하추동 복, 금줄이 들어간 예복 등을 합쳐 22벌. 검은색이 16벌이고 6벌은 춘 하복으로 입는 짙은 감색이다. 이렇게 똑같은 투피스라도 그는 소매 끝과 치마에 같은 색 공단으로 구름을 상징하는 문양을 옷마다 서로 다르게 넣어 반드시 싹을 맞추어 입는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 횐 색 칼라는 1백여 개 정도. 칼라는 언제나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하루 2개 이상 갈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2년마다 4벌씩 옷을 새로 맞춘다. 한 벌의 가격은 40만원 정도. 이것으로 세탁을 자주 해 줄거나 해진 것을 교체한다.
그가 옷을 맞추는 곳은 서울 인사동의「모임,」이라는 의상실. 이 의상실에는 아예 그의 옷본이 보관돼 있어 옷감만 떠다 주면 가봉도 필요 없이 그대로 만든다.
『옷에 몸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의생활 철칙입니다. 항상 자기 옷에 몸이 맞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건강의 비결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군복을 벗은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옷 입기를 통해 군인정신이 충만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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