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파·찬물·돌멩이 … 빅2 '시간차 말싸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의 경선후보 합동연설회는 빅2 간의 '대화의 장(場)'이었다.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공격하면 다음 연설회에서 서로 이를 맞받아치면서 상대를 다시 공격하는 식이다. 제주에서 창원까지 여덟 차례 유세전을 치르는 동안 벌여온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시간차 말싸움'이 화제다.

'인파이터' 박 후보의 공세는 '양파 공방'으로 이어졌다.

박 후보는 1일 강원 연설회에서 "양파처럼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는 후보가 만만한 후보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 후보는 3일 충북 연설회에서 "양파를 벗기면 뭔가 나올 거 같지만 벗기면 벗길수록 양파만 나올 뿐"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래픽 크게보기

박 후보는 지난달 27일 울산에서도 "불안한 후보로는 안 된다. 정권교체가 물거품이 된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명박이 본선에 가면 정권 연장이 안 된다는 걸 노무현 정권이 알고 있다. 한 방에 간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헛방이었다"(30일 인천)며 한방론에 대응했다.

'아웃 복서' 이 후보는 '찬물 공방'을 불렀다. 그는 지난달 27일 울산연설회에서 "나는 어린 시절 찬물에 손도 넣지 않는 귀한 삶을 살지 않았다. 현장에 뛰어들어 노도와 같은 바다 속에서 살아왔다"며 대통령의 딸로 어린 시절을 보낸 박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사흘 뒤 인천에서 "나는 이 손으로 부모님의 피 묻은 옷을 두 번이나 눈물로 빨았다. 당이 나락에 빠졌을 때 이 손에 붕대를 감고 당을 구해냈다"고 응수했다.

'돌멩이 공방'도 뜨거웠다. 이 후보는 유세 첫날인 제주에서 박 후보 측의 공세에 대해 "밖에서 던진 돌보다 안에서 던진 돌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박 후보는 강원 유세에서 "후보가 정해지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위 덩이가 날아올 것이다. 돌멩이가 아프다는 허약한 후보가 바위 덩이를 이겨낼 수 있겠느냐"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의 공세에 대해 "한 상인이 옆집 생선 한물갔다고 해서 자기 것을 더 팔았지만 그 시장의 생선이 모두 한물갔다고 소문이 나 시장이 망해버렸다"며 비유적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번엔 부마사태"=이 후보가 1979년 부산.마산민주화운동(부마항쟁)을 '부마사태'라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6일 마산에서 "부마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이 누구냐"고 말했다. 이어 "(60년) 3.15 의거의 발원지인 마산은 민주화 성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전에도 '광주사태'라고 해 논란에 휩싸였었다.

이 후보 측 장광근 대변인은 "이 후보 자신이 6.3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다 옥고를 치른 민주화 세력"이라며 "말실수일 뿐 후보의 역사관과 상관없다"고 말했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