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동생 때문에 치이는 맏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하지만 진짜 막강한 훼방 세력은 언제나 내부에 숨어 있는 법. 어느 틈에 ‘기득권’과 ‘선점권’의 위력을 과시하기 시작한 맏이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동생? 그런 거 필요 없다는데 눈치코치 없는 엄마가 덜컥 일을 저질렀으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마사 알렉산더의 그림책에는 『내가 언제 동생 낳아 달랬어』(보림)라고 항의하는 오빠가 나온다. 올리버는 여동생을 남에게 줘버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다닌다. 다들 귀엽다고만 할 뿐, 도무지 얼른 임자가 나서지 않는다. 간신히 한 아줌마를 만나 협상에 성공했건만, 아뿔싸! 여동생은 빽빽 울다가 퇴출당하고 만다. 결국 오빠를 알아보고 방글거리는 밉고도 예쁜 동생을 떠맡을 수밖에.

 이노우에 요코의 『엄마 아빠는 나만 미워해』(베틀북)에는 전형적인 샘쟁이 형이 등장한다. 잘못은 동생이 저질렀는데 노상 혼나는 건 형이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까짓 것, 가출해 버리면 그만이다. 포부 당당하게 집을 나가보지만? 갈 데가 없다. 고작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별 바라기를 하고 있는데 이건 또 뭐야! 동생이 불쑥 나타난다. “형이 없으니까 외로워서 나도 집을 나왔어.” 쳇, 속이나 썩이지 말 일이지. 그래도 썩 싫진 않다. 조금 있으니 엄마가 맛있는 걸 싸들고 곁에 앉는다. 뱃속이 든든해진다. 이젠 아빠까지 텐트를 가지고 나왔다. 온 가족은 야영 기분에 젖어 달 구경을 한다. 이런 ‘집단 가출’이라면 적극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마음은 어떨까. 리즈 피츤의 『우리 형 보리스는 사춘기래요』(어린이작가정신)에는 싱숭생숭 이상해진 사춘기 형한테 배신감을 느끼는 동생 악어가 나온다. 형은 유치한 동생이 귀찮기만 하다. 쿵쿵짝짝 요란한 음악도 들어야 하고, 유행하는 코걸이도 해야 하고, 반항적인 사색에도 잠겨야 하는 형. 이제 젖비린내 나는 동생하곤 놀 시간이 없다. 도대체 악어 가족은 사춘기 폭풍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겼을까.

 대상 연령은 『내가 언제 동생 낳아 달랬어』는 4세 이상,『엄마 아빠는 나만 미워해』와 『우리 형 보리스는 사춘기래요』는 6~7세 이상의 어린이. 그리고 인구 증가의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이행한 덕분에 바람 잘 날 없는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