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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열병 막는게 과제/유치원생까지 허용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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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뿌리깊은 불법과외 단속에 한계/시설기준 강화로 학원설립 규제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학원관계법령 개정안은 현실적인 과외교육의 수요와 공급을 전면 양성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부의 방침은 대책없는 단속만으로는 불법 과외를 음성화·고액화시킴으로써 교육적 폐해를 조장시킬 뿐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과외학원의 난립과 과외열풍을 재연할 소지가 많다는 교육계의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학원관계법은 『정규 교과과목에 대한 과외교습 허용은 곧 학교교육의 파행을 부른다』는 입법취지에 따라 예·체능 이외의 교과목에 대해서는 과외교습을 일절 인가하지 않았고 고교생에 대해서만 지난해 9월1일부터 입시계 학원(정규교과목) 수강을 허용했었다. 따라서 국교생·중학생에게 영어·수학을 가르치는 속셈·주산학원은 「비인가과목 교습행위」로 불법과외 단속대상이 돼왔으며,이에 대한 학원장들의 민원이 그치지 않았다. 이들 학원에 대한 단속이 잇따르자 소규모 학원장들은 「학원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문겸·43·한미 웅변학원장)를 설립,지난해 9월16일 『현행 학원관계법이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과외에 대한 수요가 엄연히 있고,자신들은 그동안 ▲학생들의 교외생활 지도 ▲동네 공부방 역할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 효과까지 맡아왔는데 이러한 기여를 무시한채 규제위주로 단속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컴퓨터시대에 속셈·주산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영어·수학에 대해서는 인가해주지 않으니 변칙적으로 속셈학원 인가를 내는 것이고,이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불법과외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이번 입법예고가 『소규모 학원설립도 등록제로 규정함으로써 무분별한 학원비의 인상을 막고 학원 교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 과외를 행정보호망 안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으로 현실의 다양한 사회여건에 순응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또다시 「괴와망국론」 시비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조준제 사회교육진흥계장은 『교육부의 입법예고는 사실상 80년 국보위가 재학생의 학원수강을 전면 금지한 7·30조치 이전 상태로 환원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조 계장은 『현재 사실상 불법과외 교습을 하는 소규모 학원이 서울시내에 속셈학원 3천9백58개,주산학원 8백80개,고시학원 1백66개,웅변학원 3백35개 등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1만5천여개소에 이른다』며 『여기에 법적 근거까지 마련해 주게 되면 엄청난 숫자의 소규모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들 소규모 학원에서는 최근들어 고액 소그룹 과외가 성행,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유해업소에서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학원강사의 자격제한 규정을 두며 ▲학원의 시설확보 기준을 강화하는 등 난립요소를 막기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조례를 통해 학원장의 자격제한 및 현재 최소 13평까지 인가돼있는 이들 소규모 학원을 30평 이상으로 할 방침이다.
결국 학원에서의 과외교습 양성화는 앞으로 진행될 공청회 등을 통해 ▲사교육비 증가 ▲학원 난립 ▲학교교육보호 등 문제점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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