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에너지 대란’ 5년 내 온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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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적으로 원자재가 부족해지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리가 먹는 과자·라면 또는 휘발유 같은 공산품 값도 덩달아 올려 서민을 힘겹게 한다. 원자재가 부족해진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원자재 값 왜 오를까=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유 시장이 5년 내 공급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20일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9.5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 값도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0년 내 곡물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폭등의 원인은 수요·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는 데 있다. 침체됐던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며 석유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엔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경제성장도 한몫했다. 하지만 멕시코 등 일부 산유국에선 이미 석유 생산량이 바닥을 보이고, 이렇다 할 새 유전 발굴 소식도 없다. 이처럼 석유 생산이 세계 요구량에 한참 못 미치면서 유가가 솟구쳤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바이오 연료와 관계 깊다. 옥수수·사탕수수·고구마 등 연료로 이용되는 농산물 수요가 크게 늘며 곡물 가격이 2~3년 새 2배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10년 내 바이오 연료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한다.

곡물가 상승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달 10일 로이터통신은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미 극장에서 파는 팝콘 값이 40%나 올랐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영화관의 팝콘 가격도 1년새 20% 올랐다. 이와 관련,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철강재·광산물 가격도 최근 상승세인데, 중국의 거침 없는 경제 성장이 주 원인이다. 게다가 2001년 이후 금리가 낮아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자본이 원자재 시장으로 들어왔다. 수급 불균형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투기세력이 이를 부채질, 원자재 가격이 더욱 상승했다.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원자재 가격이 뛰면 기업은 불리해진다. 원가 상승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이윤이 줄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경쟁력을 잃어 문을 닫게 된다. 물건 값이 올라 소비자는 비싼 값에 사거나 구매를 포기해야 한다. 이 경우 경기는 침체된 가운데 물건 값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자원 부족 국가인 우리는 수출경쟁력도 나빠진다. 반도체 10개를 팔아 원유 1배럴을 수입할 수 있었다면, 유가가 상승할 때엔 그 이상을 팔아야 가능해진다.

◆해결책은 없나=궁극적 해결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아무리 이용해도 고갈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물살이 매우 빠른 진도 울돌목에 설치한 조류 발전소가 있다. 조류에서 전기를 얻으면 자원이 고갈될 염려가 없다. 태양열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 집열판(태양열을 모으는 판)을 넓게 설치해야 하고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이후 다른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점차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태양열은 고갈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무공해 에너지라는 점이다.

해외 원자재 개발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많은 기업이 말레이시아의 벌목 사업권을 따거나 몽골 지역의 광산을 직접 개발해 원자재 구입비를 줄이려 노력한다. 이 외에도 원자재 수입 통로를 여러 나라로 늘리거나, 미리 적정한 재고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대책이다.

장순욱·박은선 기자

◆원자재란=원자재는 공업 생산의 원료가 되는 자원을 말한다. 자원이란 자연에 의해 주어져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자원은 노동력 등 인적 자원, 전통·예술 같은 문화 자원, 삼림·토지·물 등 천연 자원을 모두 포함한다. 이 가운데 원자재와 관련된 것은 천연 자원으로 생물자원과 광물자원으로 나뉜다. 자원의 범위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인간이 활용해야만 비로소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석유는 고대인에게 농사를 망치는 ‘저주의 물’이었지만,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며 ‘검은 황금’으로 바뀌었다. 반대로 석기시대엔 돌이 중요한 자원이었다. 돌이 생활 도구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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