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SW 올림픽 '이매진컵' 서울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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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학생들의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이매진컵 2007'이 6일 서울 쉐라톤 위커힐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엔샵605'팀이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인식 시스템 '핑거코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경빈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창업해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 1위의 검색업체 구글도 스탠퍼드 대학원생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한 회사다. 젊은이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IT산업은 물론 일상생활의 패턴까지 바꿔 놓은 대표적인 사례다.

'제2의 빌 게이츠' '제2의 구글 신화'를 꿈꾸는 세계 56개국 대학생 대표 350명이 6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모였다. MS가 주최하는 대학생 소프트웨어(SW) 경진대회인 '제5회 이매진컵'의 결선(6~10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교육'이다. 이날 오후 시작된 프레젠테이션(PT)에선 이스탄불 공대생 4명으로 구성된 터키 대표팀이 내놓은 SW가 눈길을 끌었다. 부모들이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담긴 뜻을 알 수 있도록 하는 SW였다.

-심사위원:왜 개발했나.

-터키팀:부모의 86%는 아기가 왜 우는지를 잘 모른다는 한 설문 조사 내용을 보고 개발을 결심했다.

-심사위원:아기 울음소리가 뭘 뜻하지를 어떻게 판독할 수 있나.

-터키팀:아기가 울다가 욕구가 해소됐을 때 그치는 사례를 여러 건 조사했다. 좀 더 투자해 사례를 많이 수집한다면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다. 1년 내에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슬로바키아팀은 다양한 교육 자료를 게임 형식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놨고, 태국팀은 문서로 돼 있는 자료를 그림으로 자동 전환시켜 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 대표인 세종대 엔샵605팀(EN#605)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인식 시스템인 '핑거 코드'를 내놨다.

이매진컵 행사를 총괄하는 조 윌슨 MS 전무는 "최신 기술을 늘 접하는 대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35세 이상의 기성 세대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며 "이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돼 일상생활에 응용되도록 하는 게 이 대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영국의 최대 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BT)은 이매진컵에 출전한 팀 중 6개 팀을 뽑아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지역 후원사'로 나선 SK텔레콤은 내년부터 이매진컵의 출품작 중 한두 개를 골라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매진컵은 그동안 여러 명의 벤처기업인을 만들었다. 미국인 웨이터와 베트남인 주방장 사이의 대화를 자동으로 번역해 전달하는 SW를 개발해 2003년 1회 스페인 대회에서 우승한 투 응우옌(베트남)은 미국에서 30명의 직원을 거느린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연주자들이 동시에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술로 2005년 일본 대회에서 1위를 한 러시아의 '옴니뮤직팀'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뮤지기'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을 맡은 차성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우리 대학생들도 기술 개발과 창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이현택 인턴기자<oneby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이매진컵=MS가 2003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세계 대학생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국가별 예선을 거쳐 나라별 대표끼리 겨루는 SW 개발 분야가 있고 ▶웹 개발▶내장 SW▶알고리즘▶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정보기술▶단편영화▶사진▶프로젝트 호시미(시뮬레이션 게임) 등 8개 분야는 국적에 관계없이 승부를 겨룬다. 총상금은 17만 달러(약 1억5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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