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 캠페인 앞서 투자확대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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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선진국은 환경보전에 「시장원리」를 활용하기 위한 각종 경제조치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도 첨단 환경기술이 미래 산업경쟁력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판단,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합성세제·비닐백 안쓰기, 쓰레기 줄이기 같은 시민환경운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집집마다 커피 한잔값에 불과한 2천5백75원만을 수도요금으로 내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고, 그처럼 싼 수도물을 아끼라고 요구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시판 생수값이 수도물값의 2천배다. 수도물이 생수만큼 맑아질 수만 있다면 값을 몇배 올리더라도 반대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예산부족만 탓할게 아니다. 터무니없이 싼 수도물값을 올려 수원지 보호시설과 송수관을 보완해야 한다. 도시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매연의 주범인 디젤을 오히려 오염정도가 낮은 휘발유보다 비싸게 해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쓰레기 수거료를 올려야 한다.
이렇게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경제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 또 국민의 합의와 공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환경규제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시장원리를 도입해 오히려 새로운 산업기회를 창출하고, 기술혁신을 촉진시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환경기준을 강화한 일본·독일이 환경기준이 낮은 미국보다 산업경쟁력이 강화되고있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OECD는 현재 연간 2천만달러에 이르는 세계 환경산업이 2000년에는 3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내 환경산업도 올해 3조원규모에서 2000년에는 7조원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경 규제를 강화해 국내 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환경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외국에 시장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밖에 없다. 올해만도 우리는 환경기술 로열티만 1조원을 지불했다.
비록 신경제 정책의 기조가 행정규제의 완화이지만 행정규제와 환경규제는 엄격하고도 현명하게 구별돼야 한다. 정래권<외무부 과학·환경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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