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외 우려 잠재워라” 생산라인 이례적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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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경기도 기흥 반도체 공장 내 S라인 건물에서 시스템LSI 사업부 최창식 부사장이 공장을 방문한 취재진들에게 이 라인에서 가공된 300mm 웨이퍼를 들고 공장 가동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3분기 실적으로 말하겠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6일 경기도 기흥 반도체 공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이 말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정전으로 6개 라인이 가동 중단된 여파에서 벗어나 완전 정상화됐음을 실적으로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내외신 기자 50여 명에게 생산라인을 공개한 자리에 작업복 차림으로 들어 왔다. 평소와 같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매우 당황했지만 일치 단결한 임직원의 애사심을 확인했고, 고객사도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내주고 있다”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사고 직후 주요 고객사에 e-메일을 보냈다. 사고 복구 상황을 설명하고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고객사들이 ‘오히려 고맙다, 안심했다’는 답장을 보내오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황 사장은 “안전에 대한 사전 투자를 강화한 덕에 큰 피해 없이 이른 시간에 전 라인이 복구됐다”고 평가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 팀을 구성해 분석 중”이라며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사고 대책 마련도 원인 조사 뒤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공개는 이례적이었다. 기흥사업장 내에서 시스템LSI 제품을 생산하는 S라인 전체를 공개했다. 이번엔 주요 거래처와 언론 등에 라인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던 관행을 깼다. 삼성전자 측도 이를 ‘파격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 비관론을 하루 빨리 잠재우기 위해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S라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천장에 붙어 있는 레일을 따라 웨이퍼 25장을 담은 검은색 박스가 ‘윙~’하는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흰색 방진복을 입은 생산직원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기계를 살피고 있었다. 확산·화학증착·식각·이온주입 등 각 공정의 장비들엔 ‘가동 중’ 임을 뜻하는 초록색 불이 선명하게 켜져 있었다. 정전 당시엔 ‘고장’을 뜻하는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고 한다.

 라인 시찰을 안내한 최창식 시스템LSI 부사장(제조센터장)은 이날 생산된 반도체 완제품을 들어보였다. “정전 당시 라인에 들어있던 웨이퍼로 만든 칩을 점검해보니 수율(정상품 비율)이 사고 이전과 다름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정상 수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기밀 사항’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웨이퍼 중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가 가동하지 않은 일부만 폐기하고 나머지는 재처리 작업을 거쳐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폐기된 웨이퍼의 비율은 전체의 5% 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S라인은 4시간 만에 전기 공급이 재개돼 가장 빨리 복구된 곳이다. 상대적으로 피해 정도가 가장 적었다. 삼성 측은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다른 라인은 UPS의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피해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손실분을 만회함으로써 월말 생산 목표를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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