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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임이 우선할 때 신명나는 사회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15일 부산지방병무청으로부터 징병검사를 받으라는 아들의 통지서를 받고 밤차로 같이 가면서 25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경남 산골 읍에 징병검사를 받으러 동갑내기들과 화물트럭을 타고 간 기억과 징병검사 종사 군인들로부터 운동장에서 모질게 기합을 받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식이 군에 가기 위해 징병검사를 받는다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오전 8시 징병검사장에 보호자도 참관하라는 병무직원의 안내에 따랐다. 그날 검사일정 소개와 비디오 상영, 질서정연한 분위기, 순화된 병무직원들의 언어, 최신의료장비 등은 내가 징병검사를 방을 때와는 엄청난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1급판정을 받았다며 싱긋이웃는 아들을 데리고 저녁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항간에 그릇된 사고를 가진 일부 연예인·체육인의 병역기피 물의와 외국유학자들의 병역기피문제로 부모명단이 지상에 보도되는 등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이익에 앞서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우리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남의 자식이야 어떻든 내자식은 부정을 해서라도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군에 빠져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가 우리사회 밑바닥에 깔려있다. 우리가 아닌 내가 먼저 책임을 느낄 때 신한국건설은 물론 살맛 나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박문수<서울 서초구 방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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