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인사 일터지면 도피성외유/그냥두고 개혁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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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태준·이원조씨등 “병치료 체류”/“정부 소극자세” 여론 빗발
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56억원 수뢰사건 수사를 계기로 박 전 회장을 비롯,동화은행 비자금사건의 이원조의원·이용만 전 재무장관 등 도피성 해외 출국인사에 대한 강제소환을 놓고 정부당국이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엄청난 부정·비리를 저지른 거물급 인사들이 병치료 등을 핑계로 해외로 나가 아무런 사법조치를 받지 않는다면 새 정부의 사정은 의미가 없다며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강제소환은 불가능한데다 유일한 방법인 외교교섭마저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지않아 정부가 이들의 소환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제소환=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발효된 국가에는 범죄인에 대한 송환요구가 가능하나 호주 1개국만 91년 1월부터 조약이 발효되고 있으며 필리핀과는 지난달 조약만 체결한 상태다. 캐나다·브라질·스페인·파라과이·아르헨티나·멕시코·태국 등 7개국과는 조약체결 이전단계인 가서명만 마쳤다.
그러나 조약발효중인 국가와도 범인인도를 위해서는 ▲양국에서 모두 범죄로 인정받아야 하고 ▲송환사유가 된 범죄이외의 범죄가 조사결과 밝혀져도 처벌할 수 없으며 ▲정치범은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송환협조요청이 있어도 자국에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선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국제관례여서 강제소환을 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교교섭을 통한 방법 뿐이다. 혐의내용이 확정되면 정부가 일단 여권무효화 조치를 취한뒤 해당 국가에 이 사실을 통보해 비자연장을 해주지 말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비자연장이 안되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인터폴이 불법체류자 단속명목으로 체포,재판을 받게 한뒤 강제추방시켜 국내소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광운대 부정입시와 관련,미국에 체류중인 조무성총장이 「치료목적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고 강제추방되지 않은 전례도 있고 고위인사들이 모두 병을 핑계삼고 있고,외교문제 등을 고려할때 강제소환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해외 도피인사들에 대해 아직 여권말소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다.
◇도피성 출국=민자당 이원조의원은 검찰이 동화은행에서 이 의원에게 뇌물이 건네졌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직전인 지난달 18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용만 전 재무장관은 3월31일 일본으로 떠난뒤 동화은행사건이 터진 이틀뒤인 4월24일 다시 미국으로 갔고,박태준 전 회장은 새 정부출범 보름만인 3월10일 신병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명백한 범죄혐의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내사를 시작하자 도피성 외유를 한 김준협 전 신탁은행장은 행장직을 사임한뒤 지방에서 은거하다 4월중순 소문없이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현재 과테말라에 거주중이다.
정동호의원은 재산은닉 등으로 말썽을 빚자 4월19일 방콕으로 출국,현재 홍콩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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