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국민주택 2종 채권’ 사는 부자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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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23면

지난해 아파트 분양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판교였다. 당첨자는 마치 로또복권 1등을 거머쥔 듯 기뻐했다. 성남에 살면서 몇 년씩 기다린 탈락자는 분루를 삼켰다.

연 7% 금리효과 맛난 상품 떠올라

그런데 그 와중에 당첨자처럼 덩달아 기뻐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현금을 뭉텅이로 가진 부자들이었다. 이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환호를 터뜨렸을까. 그 비밀은 판교 아파트 당첨자가 쏟아낼 ‘국민주택 2종 채권’에 있었다. 숱한 투자물건 중에서 유독 국민주택 채권을 노린 까닭은 무얼까.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투자로 얻는 소득은 크게 이자와 매매차익으로 구분한다. 이자소득은 배당소득과 더해 4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라는 족쇄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매매차익은 주식처럼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국민주택 2종 채권도 마찬가지다. 최고 35%의 세율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자들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판교 아파트에 당첨된 김씨는 1억원어치 국민주택 2종 채권을 사야 했다. 10년 뒤에야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을 지금 1억원에 산 것이다. 분양대금 한 푼이 아쉬운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6200만원에 채권을 할인(할인율 38% 가정)해서 금융회사에 되팔았다. 앉은 자리에서 3800만원을 손해 본 것이다.

이 채권은 금융회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게 되는데, 세금 걱정에 머리 아픈 부자들에겐 아주 훌륭한 투자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계산기를 한번 두드려보자. 1억원짜리 채권을 6200만원에 사면 10년 뒤 1억원이 됐을 때 3800만원을 차익으로 챙긴다. 표면이율이 0%라서 이자소득세는 한 푼도 안 낸다. 할인된 가격으로 따진 연평균 수익률은 4.7% 정도이지만, 비과세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연평균 7%선으로 높아진다.

부자들이 이런 기회를 움켜쥔 것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채권입찰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채권입찰제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되, 낮춰진 분양가로 집을 장만하는 당첨자들이 향후 누릴 시세차익의 일부를 채권매입 형태로 반납토록 하는 제도다. 2006년 8월 판교 분양 때 첫선을 보인 이 제도는 9월 1일부터는 전용면적 85㎡를 넘는 모든 아파트에 확대 시행된다. 절세를 노리는 현금 부자들에겐 그야말로 ‘큰 장’이 서는 것이다.

물론 이 상품이 모든 투자자에게 매혹적이진 않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빠지는 혜택을 고려하지 않으면 연평균 수익률이 일반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흙 속의 숨은 진주를 찾듯이 국민주택 2종 채권처럼 정부 규제의 이면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을 수 있고, 이것이 바로 훌륭한 재테크다. 

●1965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
● 한국씨티은행 시니어 PB, 분당지점장(이사)
● 삼성증권 영업교육센터장·PB연구소장(상무)
● 숭실대 대학원 PB학과 겸임교수
●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경제야 놀자’ 코너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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