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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삼성전자의 기술력 피해 수습에도 발휘되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호 02면

‘우째 이런 일이”라고 해야 할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3일 오후 2시30분에 일어난 삼성전자 정전 사고입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현장으로 기자들을 보냈습니다. 아쉽게도 현장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는 없었습니다. 생산라인이 워낙 민감한 장소인 데다 수습이 한창인지라 삼성 측에서 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건물 바깥쪽과 사고가 난 변전소는 직접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외견상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생산라인이 4일 낮부터 정상화되었다는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일단은 삼성 측의 설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기사를 만들었습니다.(1·4면)

삼성 측은 6일 취재진에게 생산라인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좀 더 많이 취재할 기회가 되리라 기대됩니다. 그렇지만 기자들이 둘러본다고 사건의 원인이나 피해 규모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원인은 전문가들의 점검과 진단이 끝나야 밝혀질 것입니다. 피해 규모는 일정 기간 생산된 반도체가 얼마나 정상적인지를 가늠하는 수율(收率) 등이 확인된 다음에야 집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삼성전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직원이거나, 주식보유자만의 이해가 달린 사안이 아닙니다.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이기에 싫든 좋든 국민 모두의 관심사에 해당됩니다.

둘째는 반도체라는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워낙 민감한 물건이라 정전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사건이 치명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힘든 것도 이런 특성 때문입니다. 직접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기계의 문제는 오히려 단순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최적환경을 유지하는 공조시스템에 차질이 생겼을 경우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군요. 공기 중의 미세먼지는 물론 세척용 물(탈이온수)에 이온이 생기는 등 보이지 않는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이 만만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사고를 수습하는 능력 역시 탁월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믿음입니다. 저도 믿고 싶습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같은 사고를 다시 당하지 않도록 수습하고 개선하는 노력입니다.

안타깝게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과 관련된 좋은 소식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5~6일 이틀간 열릴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끝나봐야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듯합니다.(3·5면)

국회의원들의 협조요청을 받은 미국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냉정합니다. “내 손자가 잡혔어도 탈레반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의 발언 강도는 둔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인질사건과 관련된 미국의 협상태도를 사례 중심으로 정리해 기사로 만들었습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최대한 타협 불가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탈레반 포로를 풀어주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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