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끝)홍일점 애견훈련사 이혜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내 유일의 여성 애견훈련사 이혜란씨(31·벤지 애견훈련학교장). 잘나갈 때는 한달에 5백만원의 수입을 거뜬히 올린다는 그는『목소리와 몸 동작이 부드러운 여성들이야말로 애견 훈련사로는 더없이 적격』이라고 자신한다.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녹음이 짙어가는 한적한 골짜기에 널찍이 자리잡은 그의 훈련장. 셰퍼드·진도견·콜리·도베르만 등 몸집 좋고 잘생긴 견공30여 마리가 칼날 같은 그의 명령에 따라 빈틈없이 움직인다.
조용한 성격,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억센 남성들에게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애견 훈련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평소 개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
애견훈련학교에 입교, 개와 함께 3년 동안 먹고 자는 생활을 하면서 복종·공격·수색·탐색훈련을 배워나갔다. 현재 그는 2급 애견훈련사. 애견훈련학교는 서울 12곳을 포함, 전국 30여곳에 산재해 있다.
초보단계는 애견에게 주인의 필요에 따라 앉고 서고 기다리며 간단한 심부름을 할 수 있도록 복종을 가르치는 일. 이 과정은 한국사역애견협회가 실시하는 훈련사자격증 3급 시험 과목이기도 하다.
3급 자격증 획득 후 2년이 경과해야 응시자격이 있는 2급 자격증은 개에게 범인을 공격하고 경찰에 범인이 인도될 때까지 범인을 지키고 기다리는 것을 가르칠 수 있어야 받을 수 있다.
다시 5년이 흘러야 응시할 수 있는 1급시험은 경찰견을 훈련시켜 마약 등의 수색·탐지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같은 실기시험 외에 견종, 개의 골격, 위생론, 훈련과정을 묻는 필기시험도 함께 치르도록 돼있다.
2년 전 애견훈련학교를 연 그는 보통 4∼6개월 과정으로 훈련기간을 잡고 있다. 이중 20여일은 훈련대상인 개의성격과 소질을 파악하기 위한 친화기간.
공격력이 약한 콜리종은 보통 복종훈련만 시켜 4개월만에 내보내지만 셰퍼드나 도베르만·진도견 등은 6개월 동안 공격과 물품감시 요령까지 가르쳐 내보내게 된다. 훈련비는 월 20만원정도.
그는 애견 주인들이 여성훈련사의 경우 아무래도 자신의 애견에 덜 혹독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성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개를 훈련시킬 때 매보다는 칭찬의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치와와·요크셔테리어·퍼그 등 조그마한 애완견을 집안에서 키우기 위해「예절교육」을 시켜줄 것을 의뢰해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상당량의 문의전화를 받고 있는데 개가 까닭 없이 사람을 물 경우 매질을 하기 보다 먼저 개의 스트레스 요인을 없애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잘못했을 때는 보는 즉시 혼내주는 것이 요령『훈련사가 되려면 개를 좋아하되 인내심이 대단히 강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늘 개와 함께 살다보니 몸에 이상한 냄새가 배는 것이 불편하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전망이 밝은 직업』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에게 지도를 받아 역시 애견훈련사가 된 남편(유도영·35)과의 사이에 딸 하나(12세)를 두고 있다. <고혜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