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프로 일본 스포츠만화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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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에서 수입한 자극적인 스포츠 만화영화들이 어린이TV시청시간을 메우고 있다.
SBS-TV의 『피구왕 통키』에 이어『축구왕 슛돌이』가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자MBC-TV도 이번 개편부터『도전자 허리케인』『내일은 야구왕』등을『스포츠만화극장』으로 금요일마다 1시간동안 집중적으로 보여준다.『도전자 허리케인(Champion)』은 7O년대 어린이 잡지에 연재된 내용에다 미국 영화 『록키』와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성난 황소』등의 이야기를 흉내낸 권투를 소재로 한 만화.
60년대 극렬한 일본 운동권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극단적인 승부의식과 사무라이식의 영웅주의를 심어주는 내용이어서 어린이들에게 권장하기는 곤란한 편이다.
『내일은 야구왕(Star Pitcher)』도 야구를 소재로 하면서 극적인 효과만을 노려 실제 경기에서는 도저히 일어나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피구왕 통키』는 우리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장되어 가는 단순한 구기인 피구를 소재로 하면서 SF만화에서나 어울리는 주인공의 파괴력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줘 문제가 됐었다.
이같은 스포츠만화의 공통점은 실제에서는 볼 수 없는 불가능한 괴력을 보여주며 어린이들을 환상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들 만화들은 어린이들에게 건전한 스포츠맨십이나 성실한「땀의 의미」를 가르치기보다는 불합리한 편법이나 극단적인 경쟁의식을 자극하며 비뚤어진 스타 의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BS-TV의 『축구왕 슛돌』의 시청률이 주말드라마나 9시 뉴스 못지 않게 높아지자 MBC-TV도 이에 맞대응, 어린이들까지 시청률경쟁 때문에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에 빠져들어야 할 형편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만화영화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만화영화 중 특히 스포츠만화가 인기를 모으자 각방송사는 경쟁적으로 작품확보에 나서 일본 만화시장을 조사하는 등 영화계의 홍콩폭력영화 수입 러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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